정부, 북핵진전시 남북관계 어떻게 풀까

북한과 미국이 8일 싱가포르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갖기로 함에 따라 핵 신고 타결 시 현 정부의 대북 ‘비핵.개방 3000’ 구상이 어떻게 구체화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10년안에 1인당 국민소득이 3천달러가 되도록 만든다는 ‘비핵.개방 3000’ 구상은 현 정부 대북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북한 비핵화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북.미 회동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중대한 진전이 이뤄질 경우 정부가 어떻게 경색국면인 남북관계를 풀어갈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핵신고 타결시 적용할 비핵.개방 3000 구상 = 북.미 수석대표 회동에서 북핵 신고 문제가 타결된다면 곧 바로 최종 핵폐기 단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폐기 논의는 더욱 힘들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 타결 역시 핵폐기를 위한 큰 진전이라는 점에서 ‘비핵.개방 3000’의 실천 계획이 가동돼야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비핵.개방 3000’에 따라 신고.불능화로 구성된 비핵화 2단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적용할 구체적 대북정책을 구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때 비핵화 2단계 진행기간 북핵 상황과 연계, 비핵.개방 3000 구상을 북한에 제의하는 한편 북한 내 철도.도로 개보수 등 기반시설 확충 작업에 나선다는 등의 구체방안을 보고했다.

이어 통일부는 지난 달 2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비핵.개방 3000의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남북대화를 통해 북측에 우리의 구상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개성 남북경협사무소에 근무하던 남측 당국자를 추방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비핵.개방 3000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 새로운 대북정책 구상의 진의를 북측에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현재 남북간 대화의 문은 열어 놓고 양측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때를 ‘참고 기다린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간 대화를 끊고 긴장을 조성하더라도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차분히’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진전될 경우 정부가 ‘실용’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9일 총선이 치러지면 정부가 북핵 진전에 발맞춰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는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제반 문제에서 한.미 간 중장기 공조 방향을 설정하게 될 오는 18일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남북 간 대화재개를 위한 공식.비공식 채널이 분주하게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현 정부가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추구한다면 이 시점에서 정부 대북정책이 비핵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신고 타결시 남북관계..엇갈리는 전망 = 다만 핵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우리의 의도대로 남북관계를 풀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북.미가 북핵문제에서 진전을 이루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럴 경우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이미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비핵.개방 3000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한 만큼 북핵 신고 돌파 후 미국.중국에 의지해 식량.경제난 등을 해결하는 한편 남한과는 긴장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인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 안보연구실장은 “북의 ‘통미봉남’ 전술을 막으려면 완벽한 한미공조가 관건이지만 한국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북핵 관리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부시 행정부가 이를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북한은 미국과 핵신고 문제를 타결지으면서 6자회담에서 합의된 에너지.경제 지원과 별도로 미국으로부터 쌀 50만t을 지원받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의 긴장을 유발하면서 남측의 지원없이 버텨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남북관계가 이런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은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도 실효성 논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6자회담이라는 다자 협의 틀의 존재, 지난 10년의 대북화해정책이 만들어 놓은 ‘실물영역’을 북한이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 한.미 정권 간의 찰떡 공조 등을 감안하면 ‘통미봉남’ 자체가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관계가 진전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이 이제는 올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이 남한을 따돌리고, 남북관계 긴장을 조성하는 상황은 미국은 물론 올림픽을 앞둔 중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총선(4.9)이 끝나면 남북 당국간 대화의 계기가 생길 것으로 보는데, 그 때 북한은 그 기회를 뿌리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결국 핵신고 문제 해결은 남북관계가 풀려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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