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핵긴장속 `대북 유화행보’

북한의 핵시설 원상복구 착수로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유화적이고 신중한 대북 발언 및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같은 정부의 유화 기류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하중 통일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의 최근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내 지역 회의 개회사(대독)에서 `6.15, 10.4 선언을 포함한 남북간 기존 합의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며 두 선언의 이행에 대해 이전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개회사에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대북 요구사항을 강조하는 대신 “유감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북지원과 협력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김 장관은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마당에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시종 견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이와 함께 8월 민주노총 등 사회문화 단체의 대규모 방북을 반려하던 기조에서 변화, 20일 방북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 단체 및 사회문화 단체들의 중.대규모 방북을 가급적 허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10.4 선언 채택 1주년을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주목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정부도 최초 구상했던 일방통행적 대북 정책으로는 남북관계를 풀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 듯 하다”며 “남북관계 전기 마련에 중요한 시기였던 6월15일(6.15선언 채택일)~8월15일 구간을 놓친 만큼 10.4 선언 1주년을 앞두고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구체적인 대북 대화제의를 염두에 둔 사전 분위기 조성 차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정부 안팎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한이 김 위원장 와병설 속에 체제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구체적으로 대화를 제의해도 북이 당장 받아 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불투명한 북핵 전망 속에 남북관계마저 악화되는 것을 피하면서 향후 남북관계의 전기가 올 때를 대비, 상황을 관리하려는 입장이 최근 대북 발언 및 정책 결정에 투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북핵문제가 불투명한 지금 남북관계가 더 나빠질 경우 안보위기 지수가 상승, 정부 차원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 현재 정부는 남북관계 상황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는 또 현재 북핵 상황의 개선을 위해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더 악화된다면 북한이 나름대로 내세우는 핵보유의 논리를 강화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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