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프로그램 검증체계 구축과 관련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검증체계가 구축되지 않을 경우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2·13합의에 따른 북핵 2단계는 완전한 핵신고와 불능화, 그리고 북한에 중유 95만t에 상응하는 경제·에너지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완전한 핵신고는 검증을 수반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이 이뤄지지 않으면 에너지 지원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21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북핵 6자회담 산하 경제·에너지지원 실무그룹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이 같은 방침을 지난 15일 뉴욕에서 열린 한·미 북핵 6자 수석대표회의에서도 논의, 미국 측의 동의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달 12일 종료된 수석대표회의에서 오는 10월 말까지 중유 및 비중유 잔여분 지원을 완료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검증체계 구축 시한과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브리핑에서 “10월말까지 에너지 지원과 불능화가 완료돼야 하는데 그 전에는 모든 것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10월을 시한으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외교 소식통은 “아직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서 “당장 에너지 지원의 속도를 조절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계속 검증체계 구축에 협조하지 않으면 경제적 상응조치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때문에 실제 경제·에너지 지원속도가 늦춰지면 북한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은 경제·에너지 지원은 핵시설 불능화와 연계돼 있는데 이를 검증체계 구축과 연계하는 것은 ‘행동 대 행동’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회의에서 불능화와 에너지 지원이 보다 명확하게 연계된 측면이 있지만 2단계를 포괄하는 보다 큰 합의인 2·13합의에서는 핵신고와 불능화가 에너지지원 및 테러지원국 해제와 묶여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6자는 지난달 수석대표회의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여타 참가국들의 대북 중유 및 비중유 지원을 병행해 이행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합의에 따라 8월말까지 비중유 지원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북한에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