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인권’ 문제 일관성 유지가 관건

북한이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등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분명하고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올해 제 1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신각수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3일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국제인권법과 북한이 당사국인 인권조약상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면서 인권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인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를 분명히 밝혔다.

지난해 11월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우리 정부는 찬성표를 행사했던 것은 물론 이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지적한 바도 있다. ‘북한 눈치보기’로 일관했던 지난 10년간의 세월을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북한인권문제를 놓고 ‘남북관계 특수성’을 강조한 나머지 북한 정권의 극단적인 인권유린을 사실상 묵인, 방조해 왔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유엔 총회에 상정된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한국 정부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한 2006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권’했다.

예상했듯이 북한의 반발은 거셌다. 최명남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는 이번 신 차관의 북한인권 상황에 심각한 우려 표명에 대해 “대결과 증오를 부추기는 것(발언)”이라며 6·15선언과 10·4 선언의 합의 내용 및 정신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참사는 “남한이 진정으로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모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권 침해의 근원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즉시 폐지해야 한다”며 남한의 인권에 대해 훈수했다.

최 참사의 발언은 참 그럴듯한 변명같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자유가 보장돼있지만 북한에서는 ‘유일사상10대원칙’ 폐지를 입 밖에 꺼낼 자유라도 있는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주지하다시피, 인권은 ‘인간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당연히 갖는 권리’를 말한다. 세계인권선언은 제 1조는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등 그 어떤 종류의 구별도 없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이를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인류보편적 시각에서 바라본 북한의 현실은 참혹하기 그지 없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20만명이 넘는 사람을 정치범수용소에 가둬놓고 폭력과 비인간적 처우를 강요하고 있다.

공포정치 일환으로 참혹한 공개처형도 빈번하게 자행된다.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각종 보위기구를 동원해 촘촘한 주민 감시망을 작동하고 있다. 사실 2천3백만 북한 주민의 권리를 소수 권력집단이 모두 압수해 버린 꼴이다.

북한의 이러한 인권상황에 대해 미국, 일본, 유럽 등은 꾸준히 지적해왔다. 북한 인권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온 지역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이다. 이번 제1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EU 순회의장국을 맡고 있는 체코 수석대표는 북한과 미얀마에 대한 국별 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 연장을 제안할 계획이라며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들 두 나라의 인권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은 1970년대 중반 상호주권존중, 전쟁방지, 인권보호를 위한 협약 이후 동구권의 인권 상황이 다소 개선되고 종국엔 개혁·개방으로 이끈 ‘헬싱키 프로세스’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유럽국가들은 북한체제와 인권문제를 동떨어진 독립변수로 생각치 않아 보인다.

유럽 국가들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제기하면서도 북한과 수교하고 평양에 상주대사관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한의 반발을 걱정해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 입단속을 해왔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북한은 이번 한국 정부의 태도에 유달리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북한 인권 비판에 나선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관성이고, 이제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는 특정한 다른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태도가 달라지면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에게도 웃음꺼리가 될 것이다. 또한, 정부가 나설 수 없는 부분은 인권단체를 지원하는 형태로도 충분하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2002년 당시, 북한인권문제가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며 “6.15 합의도 별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했던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어린아이가 땡강을 부린다고 어르고 달래고, 욕심을 채워주기만 한다면 아이의 버릇이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나 동포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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