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의 대북 삐라살포 `고민’

국내 민간단체들의 대북 삐라(전단) 살포와 그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반복되면서 정부가 대응방안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다.

이미 천명한 대북 원칙을 지키면서도 남북간 교류협력의 끈을 유지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북한이 지난 2일 군사실무회담과 27일 군사실무접촉에서 잇달아 문제삼은 삐라 살포 건을 나몰라라 하기도 어렵고 제지시킬 수단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특히 북한이 28일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대북 삐라 살포 등이 계속될 경우 “단호한 실천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우선 북한이 삐라 문제를 실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살포가 계속될 경우 공언한 대로 개성공단 등과 관련한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대남관계가 삐걱대고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설까지 제기된 지금 삐라가 실질적인 체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는 인식하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 수 있는 만큼 북한의 언급을 ‘공갈’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으로서는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김정일 리더십’을 건드리는 삐라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 기업인들을 압박하는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정부 당국도 민간의 삐라 살포가 단체들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남북간 기존 합의의 정신에 비춰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있고 2004년 남북장성급회담 합의서에는 그해 6월15일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전단 등을 통한 모든 선전활동을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비록 남북 당국간 합의가 민간 활동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는 점과 단체들이 삐라를 뿌리는 곳이 군사분계선 지역이 아닌 해상이라는 점으로 미뤄 ‘합의 위반’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상호 체제를 존중하자는 합의의 ‘정신’에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이와 관련,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남북간 여러 합의를 감안할때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 더해 북한을 향해 누차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대북 명분 측면에서도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삐라가 민간에 의해 계속 살포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그러나 삐라 살포를 제재할 수 있는 현행 법상의 근거가 마땅치 않은 까닭에 정부로서는 단체 측에 자제를 촉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해당 민간 단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여러가지 협조를 요청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민간단체들이 수소를 채운 대형 풍선을 띄우는 방식으로 삐라를 살포하는 것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내 놓고 있다. 단체들이 수소가스를 취급하면서 사전 신고 등 소정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경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사안의 본질이 아닌 방법론과 관련된 부분을 문제 삼아 단속을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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