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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북공동어로수역 조성을 위해 ‘NLL기준 등(等)거리 원칙’을 포기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안보 관련 단체와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소식통은 12일 “우리 정부는 등거리·등면적 원칙을 갖고 있었으나 북측이 이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고 어장이 NLL을 중심으로 불규칙적으로 형성돼 있어 등거리 원칙을 포기키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등면적 기준은 원칙적으로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공동어로수역 구획 문제에 대해 ‘NLL 기준 등거리∙등면적 원칙’을 천명해왔었다. NLL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같은 거리만큼 떨어지도록 하고 어장의 면적도 같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정부는 14일 열리는 남북총리회담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논의할 남북공동위원회를 제안한 뒤 27일 국방장관회담에서 공동어로수역의 위치 등에 대해 북측과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은 공동어로수역 설정에는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NLL은 인정하지 않고 있어 ‘분쟁 방지’ 취지의 공동어로수역이 분쟁 조성용으로 전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NLL를 기준으로 등거리∙등면적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갈 수 있다”면서 “특히, 국민은 정부가 NLL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혹과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며 남남갈등이 조성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나라당과 재향군인회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부의 등거리 원칙 포기는 북한의 NLL무력화 전략에 말려든 것으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직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이를 합의한 것이 아닌 만큼 당장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도대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런 무모한 일을 함부로 벌이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노무현 정권은 임기 후라도 NLL 양보로 인해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향군인회 신동규 홍보과장은 “북핵이 폐기되지 않은 상태이고 북한의 남침 의도가 꺽이지 않은 상황에서 NLL문제는 거론돼선 안 된다”면서 “NLL 와해를 가져오는 공동어로수역 설정에 합의해 주는 행동은 곧 정권교체 이전에 김정일에서 하루빨리 큰 선물 하나 주겠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