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 쌀 지원 결정 배경

정부가 북핵 ‘2.13합의’가 원만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북한에 쌀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금의 지지부진한 북핵 상황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에서 비롯됐을 뿐, 관련국들의 합의 이행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13합의의 순조로운 이행이 사실상 대북 쌀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져 온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열린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대북 쌀 지원 논의를 위한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일정을 ‘2.13합의’ 상 초기조치 이행 시한(4월14일) 직후인 18∼20일로 잡으면서 자연스레 영변 핵시설 폐쇄 및 봉인을 비롯한 초기조치가 선행돼야 쌀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상황이 다소 복잡해졌다.

마카오와 중국, 미국, 북한, 방코델타아시아(BDA), 중국은행 간의 ‘수싸움’과 금융실무 문제 등으로 BDA에 동결됐던 북한자금의 송금이 지연되면서 2.13합의 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과 중국 등이 송금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북한도 ‘송금이 완료되면 초기조치 이행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음을 감안, 본질적으로 일이 틀어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만 따지자면 쌀 지원을 재고할 여지도 있어 보이지만 정부는 각국의 ‘2.13합의’ 이행 의지가 여전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2.13합의’ 정신이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부 내에 ‘초기조치 이행이 지연되고 있으니 쌀 지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언상(申彦祥) 통일부 차관도 5일 브리핑에서 “BDA는 일종의 병목현상인데 병목만 뚫리면 드라이버들이 질주를 원하고 있으니까 질주할 수 있겠죠”라며 각국의 ‘2.13합의’ 이행 의지가 확고함을 강조했다.

정부는 또 작년 북한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으로 공전을 거듭하다 이제야 어렵게 복원의 길로 들어선 남북관계를 희생할 만큼 지금의 ‘기술적’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북한 미사일 발사 뒤 정부가 쌀 지원을 유보하자 북한이 이산가족상봉행사 중단을 선언하고 당국 간 대화채널을 닫아버린 데서 보듯 현실적으로 쌀 지원은 남북관계를 이어주는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신 차관이 쌀 지원 배경을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인 관리와 남북관계의 동력을 상실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경협위에서 쌀 지원에 합의하더라도 도정과 용선 등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지원은 일러야 5월 말에나 가능하다는 점도 정부가 다소 불확실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대북 쌀 지원에 선뜻 나서겠다고 밝힌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북이 지난 장관급회담에서 쌀 40만t 지원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했지만 공식 합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신 차관이 이날 “쌀은 예정대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혀 다소 논란이 일었다.

북측과 40만t 지원에 이미 합의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있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신 차관은 이날 곧바로 “지원방침은 서 있지만 경협위에서 북과 협의해서 최종 합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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