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26일 대북 인도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북한 접촉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이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승인한 건 작년 1월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사실상 처음이자,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사례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인도지원 등 민간교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면서 “이에 오늘 민간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접경지역 말라리아 방역 등을 위한 인도 협의 목적에 북한 주민 접촉 신청 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이번 접촉은 교류협력법상 팩스와 이메일 등 온라인을 통한 접촉뿐만 아니라 제3국에서의 접촉까지 광범위한 접촉이 다 포괄돼 있다”면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방북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접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추후 검토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접촉 방식은 추정컨대 팩스 또는 이메일 방식이 아닐까 한다”면서 “향후 방북 및 물자반출신청 건이 들어온다면 접촉 승인과는 별도 문제이므로 인원이나 물품의 내역, 남북관계의 상황, 신변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 승인 기준과 관련, “방역 시기의 시급성도 있고, 접경지역 남북 주민의 보건문제 사기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승인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대북제재 틀을 훼손 않는 범위서 민간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정부가 500일이 넘도록 대북 지원단체들의 대북 접촉 신청과 방북 신청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아 왔다는 점에서, 이번 대북 접촉 승인이 남북교류 재개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6일 데일리NK에 “대북지원 재개가 북한과의 실무접촉 대화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 접촉 승인은 남북관계가 새롭게 설정될 수 있을지 여부를 테스트하는 시험대와 같다. 북한이 이번 일을 계기로 추가 핵실험이나 추가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불과 10여일 만에 두 차례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의지를 버리지 않는 만큼, 새 정부도 대북원칙과 국민여론을 감안한 교류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대북지원이 북한 주민들의 민생 개선보단 북한 정권의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상징성이나 명분에 치우친 지원보단 민생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 교수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방향으로 대북 지원을 기획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대북지원이 보다 더 투명하게 모니터링 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정책이라는 게 국민 여론에 기초해야 지속 가능하다. 많은 국민이 북한의 도발 상황에서 대북 지원이 이뤄지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런 여론도 정부가 경청해야 할 것”이라면서 “여론 수렴 과정에서 대북 지원 규모나 내용이 상당 부분 조율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는 현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 19곳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유진 부대변인은 “6·15 남측위에서 5월 23일자로 대북접촉 신고를 했고, 수리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