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지원사업 전면 재검토하라”

일본 N-TV를 통해 공개된 청진시내 동영상 장면은 북한 사회의 본질적 모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각본 없는 동영상의 등장인물들은 길거리에 버려진 고아들과 장애아들,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노인, 쌀1kg값에 몸을 팔아 공개재판을 당하는 여성이다. 더군다나 동영상의 촬영자는 북한 국경비대 소속 군 장교라고 한다. 그는 “공화국 인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외부사회에 알리고 싶다”며 일본 방송사에 테이프를 보냈다. 김정일 선군정치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군장교가 고발자로 나설 만큼 북한인민들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동영상이 충격적인 이유는 사람들의 허름한 옷차림과 낙후된 도시풍경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눈으로 확인한 내용에는 ‘가난한 북한’ 뿐 아니라 ‘비인간적인 북한’이 더 크게 존재하고 있다. 발가락이 없어 걷지 못하는 어린이가 길바닥에서 뒹굴어도 누구 하나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장면. 굶주린 아이의 눈빛을 뒤로 하고 어른들이 모여 앉아 태연히 음식을 즐기는 장면. 10살도 안된 아이들이 노상에서 어른들이 버린 담배꽁초를 당당하게 피우는 장면. 쌀 1kg 값의 돈 때문에 몸을 팔아야 했던 여성이 사람들 앞에서 공개재판을 받고 쇠고랑이 채워지는 모습. 화면에 나오는 아이들은 수시로 온몸과 머리를 긁적이고 얼굴마다 하얀 반점이 있다. 지금 남한의 대학생들은 ‘이’와 ‘버짐’이라는 말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동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두 달전 북한의 풍경이라는 사실을 쉽게 믿지 못할 것이다.

햇볕정책 7년 북한사회는 변한 것 없어

우리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고집해왔던 ‘햇볕정책’의 결과가 결국 이것인지 묻고 싶다. 김대중대통령 시절부터 노무현정부까지 김정일정권을 지원하는 것이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와 빈곤탈출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김정일 정권에게 쌀과 식량을 보내주었으며, 국민들에게 보조금까지 쥐어주며 금강산에 가서 돈을 쓰게 하고, 우리기업들의 등을 떠밀어 개성공단을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대북지원 사업에서 투명한 분배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라도 만들자’는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됐다. 정부와 여당은 김정일 정권에게 ‘올인’ 했지만, 7년 동안 북한의 변화를 기다렸던 우리국민들은 일본의 언론을 통해 끔찍한 동포들의 생활 모습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이제 김정일 정권을 통로(通路) 삼아 추진되는 대북지원사업은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일단 국정원을 비롯한 모든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지금까지 남한에서 지원된 식량과 현금이 북한 경제에 어떻게 반영되었고, 북한인민들에게 어떻게 분배되었는지 국민들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전달방식도 UN이나 국제기구를 활용, 간접전달의 경로를 다양화하고, NGO들의 참여를 보장하여 투명성을 높이길 바란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 정권의 일시적 반발이 예상되지만 철저하게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편, 일방적으로 김정일정권과의 화해 무드에 도취해 있던 시민사회단체들도 이성을 찾고 실용적으로 북한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남한의 지원에 대해 ‘북한인민들’이 실제 수혜자인지, ‘북한인민들’에게 실제 이익이 되는 것인지, 그 판단기준을 명확이 하길 바란다. 이제는 북한의 경제난이 해결됨으로써 북한 인민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철회해야 한다.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인민들을 위해 복무하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으며, 민주정부의 관리하에 개혁개방, 경제개발, 사회복지가 실현 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북한에 돈과 먹을 것만 보내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주장해왔지만 실제 결과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눈앞에 등장한 현실을 이제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북한인민을 돕는길 모색해야

우리는 청진 동영상을 통해 북한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각종의 차별과 억압의 현실을 똑똑히 보았다. 평양과 지방과의 차별, 남자와 여자와의 차별, 출신성분의 차별, 장애아에 대한 차별, 어린이와 노약자에 대한 차별, 민간인과 관료의 차별 등 인간문명을 비웃는 원시적인 행태들로 가득하다. 더 이상 북한문제에 대해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듯싶다.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던가.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북한인민을 돕는 길에 새롭게 나서야 할 것이다.

박인호 기획실장 par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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