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제재보다 국제공조에 무게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문제를 논의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회원국간 견해차로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새로운 제재 결의안 채택’이라는 최선의 형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차선의 형식이라도 실질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 조치에 역점을 두는 실용적인 접근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8일 유엔 안보리의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문제와 관련, 중국.일본의 외무장관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통화에서 유 장관은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치되고 단호한 대응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차원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 장관은 제재 결의안이라는 형식을 놓고 미.일 및 중.러의 입장이 찬반으로 엇갈려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점을 의식한 듯 유엔 안보리가 어떤 형태의 조치를 취할 지는 전적으로 안보리 협의 결과에 맡길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구속력을 가진 새로운 제재 결의안이 아니라 의장 성명 등의 형식을 취하더라도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일치된 대응을 담는 조치를 신속하게 채택한다면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새로운 제재 결의안’이라는 형식에 얽매여 논의가 장기간 표류하다가 유야무야되는 것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도 국제사회의 일치된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런 입장에는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가 큰 의미를 갖는 것도 안보리에서 반대없이 채택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한 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즉 이 점에서 현재의 상황은 그때와는 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지난 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유엔 안보리를 긴급 소집, 대응책 논의에 착수하는 등 북한에 대해 강력하고 추가적인 제재내용을 포함한 결의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라는 북한측 주장을 두둔하고 나서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미국과 일본의 계산은 어그러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일본 일각에선 독자적으로라도 강력한 추가제재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이 실제로 추가로 취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재내용이 많지 않을 뿐만아니라 설령 그런 제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 러시아 등이 협조하지 않으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마디로 개별 국가의 강력한 제재보다 국제사회 전체의 일치된 조치가 더 효율적인 제재수단이라는 것.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존에 채택된 유엔 결의 1718호는 무력제재를 제외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유엔 결의 1718호를 실질적으로 이행토록 하는 것만으로도 대북제재에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미.일이 추진하는 새 결의안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서 추가로 제재대상에 포함시킨 물품의 거래를 금지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도임을 시사하며 “그런 내용이라면 새 결의안으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당국자는 “유엔의 조치가 새로운 결의안이어야 하느냐, 의장 성명도 괜찮지 않으냐는 형식논쟁은 북한이 쏘아올린 로켓이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라는 논란처럼 실익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성 문제도 정부가 중요시 하는 부분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안보리의 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이후 이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10일만에, 그해 10월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 결의 1718호는 5일만에 채택됐다.

이런 점들을 감안, 정부는 가급적 이번 주말까지 유엔에서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단호하고 일치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