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정책, 北인권 개선 되레 방해”

▲<아시아인권센터> 허만호 소장

북한인권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아시아 지역의 인권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지난 1월 아시아 지역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아시아인권센터>(소장 허만호)가 출범한 데 이어 제1차 ‘아시아인권포럼’이 6,7일 양일간 열렸다.

<아시아인권센터>는 국내 북한인권운동의 선구격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 이사장과 이 단체의 연구이사로 북한인권 연구를 꾸준히 해온 경북대 허만호 교수 주축으로 설립됐다.

<아시아인권센터>는 아시아 지역의 인권개선 차원에서 북한인권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향후 북한인권운동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세계적인 어젠더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1차 ‘아시아인권포럼’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인권운동가들이 참석, 북한인권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인권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 포럼에는 유엔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비팃 문타폰을 비롯, 캄보디아, 네팔, 인도 등에서 인권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들이 참석해 아시아 지역 인권보호 체계구축에 스타트를 끊었다.

<아시아인권센터> 허만호 소장은 “유럽, 미주, 아프리카에는 지역 차원의 인권보호 시스템이 마련돼 있으나 아시아에는 없다”면서 “특히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하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인권유린을 근절시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인권과 아시아 지역의 인권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허만호 소장을 만났다.

북한의 인권유린, 아시아에서 가장 심각

–<아시아인권센터>는 어떤 단체인가?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하면서 <아시아인권센터> 설립 필요성을 느꼈다. 오랫동안 구상했다. 세계화가 진전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인적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인적교류는 활발해졌으나 인권을 보호하는 체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아시아 지역의 인권유린은 대부분 노동착취로 이루어진다. 아시아 각국의 정부는 인권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정간섭’이라는 이유로 타국의 인권을 거론하지 않으려는 경향과 자국의 인권상황을 감추려는 국가가 많아 인권개선이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인권센터는 아시아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적 차원의 인권보호 체계 구축과 동시에 아시아 지역의 NGO들과 연대할 예정이다. 한편으로 인권 실태에 대한 연구, 교육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아시아 지역 인권운동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제1차 ‘아시아인권포럼’

-아시아 지역의 인권상황은 어떠한가?

아시아 지역 아동들의 인권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특히 탈북 아동과 중국 내 인권유린이 가장 심각하다. 유엔에서는 ‘아동’을 만 18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착취와 인신매매는 처참하다.

아시아 지역은 산업화 속도가 느리다. 산업화 속에서 노동착취가 자행된다. 또 낙후된 경제로 발생한 기아 때문에 아동들이 경제활동에 내몰린다. 내몰린 아동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성적 학대를 받는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전반적인 인권실태를 반영한다.

인도 같은 경우 카스트 제도가 남아있어 계급적 차별에서 비롯되는 인권유린이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 네팔산(産) 카페트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카페트는 아동들이 만든다고 보면 된다. 고사리 같은 손이 노동착취에 이용당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아동들은 노동착취뿐 아니라 심한 학대와 성적인 유린도 당한다. 심지어는 인신매매도 성행한다.

-아시아 인권문제에서 북한인권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아시아에서 북한인권이 가장 심각한다. 미얀마, 중국에도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의 라오가이(강제노동수용소)도 이 정도는 아니다.

또한 북한의 서커스를 보면 아동들이 기계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인다. 이렇게 하려면 성인도 참기 힘든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지나친 통제와 훈련은 어린이들의 성장을 막는다. 심각한 인권유린에 해당한다.

문제는 북한의 인권유린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의 인권유린은 악덕 기업가들이 자행한다. 따라서 정부의 통제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국가가 나서서 인권유린을 자행한다. 이는 쉽게 해결할 수 없으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인권 문제, 대북압박 통해 해결해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방법이 있다면?

우선 압박이 필요하다. 북한정권의 특징을 보면 압박 없이는 변화시킬 수 없다. 일각에서는 압박이 인권개선이 도움이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북한 스스로 변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북한인권문제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NGO같은 경우 계속해서 연구를 해야 한다. 우선 아시아 국가들 간에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시아 정부들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NGO들이 적극적으로 제기해 주요 의제로 채택하도록 해야 한다.

채택된 의제에 관해 NGO들은 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책임지고 북한인권 실태 현장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정책 실무자들이 내놓은 정책이 잘 이행되도록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아시아 지역 인권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이 있다면?

인권문제는 복잡한 문제다. 정치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즉 사회발전이 이루어져야 인권개선을 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낙후된 환경에서 인권문제 해결은 어렵다.

그렇지만 인권문제를 부각시키고,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즉 국경을 넘나들며 인권유린을 이야기하고 협의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인권포럼에서도 이런 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아시아인권포럼’에 박경서 인권대사가 참석했는데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나?

못했다. 박경서 인권대사는 본인이 좌파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인권포럼에 참석한 것 같다. 차후에 기회가 되면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이야기할 생각이다.

정부의 대북정책, 북한인권 개선에 방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은?

우리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원칙을 깨는 데 일조했다. 국제사회는 대북지원 창구를 단일화시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고 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지원해주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보여 달라고 요구해왔다. 감시단을 통한 모니터링이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북지원을 해줘 결국 지원물품이 북한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하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 위정자들의 구미에 맞추는 데 연연한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신의주 투자 등은 북한 주민의 경제적인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단적인 예로 신의주 특구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을 다른 데로 이주시키는 것을 보더라도 북한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지난 12월 ‘북한인권국제대회’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 공세용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진보진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은 과거 60년대 서구 좌파 수준이다. 서구 좌파들은 자본주의를 인정하지 않고 동구라파 사회주의를 동경했다. 그러나 솔제니친에 의해 그들이 갖고 있었던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현재 국내의 좌파진영이 북한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다.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액면 그대로 그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7천여 명의 탈북자들이 왜 탈북 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아시아 인권단체들의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 정도는?

태국 같은 경우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들어간다. 이들이 태국 대사관으로 가면 무사히 입국할 수 있으나 태국경찰에 잡히면 불법 월경자로 감옥에 수용된다. 이런 과정에 태국 현지 NGO들이 관여하고 있다. 우리도 이들 NGO 단체와 교류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이사회를 열어 향후 <아시아인권센터>의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포럼의 큰 주제와 개별 소주제를 선정할 것이다. 또 인권운동가 육성을 위한 인턴십을 활성화 시키고 인권백서도 만들 것이다.

특히 대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를 만들어 인권운동가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들이 동남아 NGO 활동가들과 만나고 제네바 국제기구 등의 참관을 통해 많은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