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전단 원천봉쇄’ 나쁜 선례되지 않으려면

탈북자 단체가 22일 계획한 임진각 대북전단 살포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탈북자 단체는 대신 이날 오후 6시경에 강화도로 장소를 옮겨 전단 12만 장이 담긴 대북 풍선을 북쪽으로 띄웠다. 대북풍선을 날려 온 단체 관계자는 “남서풍이 초속 3.6m로 불었기 때문에 황해북도 지역에 전단이 뿌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의 협박과 정부의 원천봉쇄라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애초 계획했던 대로 전단은 북한 땅으로 날라갔다.


북한은 앞서 19일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계획이 발표되자 임진각과 그 주변에 대한 포격위협을 가했다.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 실행될 것이며 임진각 주변 주민들은 피해를 예견해 대피하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전단 살포가 가장 노골적인 심리전이며 정전협정 파기 행위라고 말했다. 북한의 노골적인 위협은 대북전단에 대한 두려움을 반증하고 있다. 스스로 대북전단이 체제에 위협이 된다고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과 같은 폐쇄적인 독재사회에 대북 전단은 주민들의 닫힌 눈과 귀를 여는 역할을 한다. 돈을 주고 평화를 얻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북한 통치 집단이 화를 내고 군사적 위협을 가한다는 이유를 들어 전단 살포를 반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굶주림과 억압에 시달려온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자는 주장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북한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중에 하나가 이들에게 외부 정보와 민주주의를 전달하는 일이다. 북한 주민이 외부 세계에 눈을 뜨고 민주주의적으로 각성되는데 대북전단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북전단의 유일한 목적도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여는 것이 돼야 한다.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는 어제와 같은 사태가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탈북 단체들도 전단 살포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북한이나 친북단체는 논외로 치더라도 정부나 지역 주민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키울 경우 대북전단 활동에 많은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 따라서 굳이 애써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며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대국민 홍보작업이 아닌 이상 대북전단 살포를 사전에 예고할 필요가 없다. 정부나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키우고 대북 정보화 사업에 반대하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북전단을 예고할 경우 북한 당국은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계산해 낙하 지점을 예상하고 군부대나 보위부원을 동원해 수거에 나선다. 날려보낸 전단 숫자만큼 수거될 때까지 작업은 계속된다. 정작 주민들에게 가야 할 전단이 군부대 난방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전단 살포 단체는 전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현명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정부 또한 민간단체의 대북 활동을 봉쇄한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 동안 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의 갖가지 항의와 위협이 있었지만 ‘민간단체의 활동을 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이 원칙이 한번 깨진 이상 앞으로 지켜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이기 때문에 이후 북한은 전단 살포에 더 큰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도 있다. 지역 단체와 주민도 관광사업 등을 명분으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 


대북접근에서 원칙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유지했던 민간단체 대북활동 불(不)저지 원칙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적지 않다. 정부는 서둘러 훼손된 원칙을 재정립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 민간단체의 대북활동을 막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을 재천명하고 시범적으로 북한의 조준격파 사격 위협에 중단한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 동안 미뤄왔던 대북방송 전파 송출 지원을 결단해 정부의 대북 정보화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전단 살포를 원천 봉쇄한 것이 나쁜 선례로 남지 않도록 정부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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