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발언에 미묘한 변화기류

남북관계 `현실론’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대북발언이 최근 잇달아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이 절대시하는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대해 정부가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남북간 합의사항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합의에는 6.15, 10.4선언도 포함된다”고 밝힌 뒤 `남북 합의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종전 입장과의 차이에 대해 “뉘앙스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통령은 호주의 유력지인 `디 오스트레일리안’과의 4일자 인터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에 따른 북한 체제의 안정성 문제, 후계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질문받자 “북한 체제가 안정되는 것이 남북대화를 하고 남북이 서로 협력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입장 변화로 보긴 어렵지만 대북 메시지 측면에서는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인 `상생.공영’의 진정성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의심을 해소하려는 측면이 감안된 발언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의 핵심 대북 메시지는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는 등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보듯 원칙을 강조하는 측면이 부각됐던게 사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메시지는 남북관계의 `현실론’에 포커스를 맞춘 듯한 느낌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미묘한 변화의 배경에는 남북관계의 `현실론’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재인식,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한 상황 관리 필요성 등이 자리하고 있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5일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남북문제의 현실, 어떤 것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될 것인지 등에 대해 재인식을 해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북한의 도발이 현실화됐을 때 대외 신인도 하락 가능성 등을 감안, 남북관계 상황을 관리할 필요성을 느낀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향후 북.미 양자대화와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정세 변화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필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향후 유연한 대북 행보를 하려할 때 국민의 정서적 반발이 없도록 미리 운신의 공간을 만들어 두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대북 메시지를 대북정책의 일대 전환을 암시한 것으로 보거나 식량지원 및 구체적 회담 재개와 같은 `후속 액션’에 앞선 사전 포석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정부는 원칙있고 투명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모종의 `히든카드’를 통한 대대적인 대북 접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둔 채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남북합의 존중을 언급한 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북한 공식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다음 날 `궤변’으로 폄하한 데서 보듯 우리가 구체적 대북접근을 하더라도 당장은 북한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본다”며 “북한이 아직 대외.대남 과업의 순위에서 대미 관계를 우선시하고 있고 남북관계는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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