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남비난 北행사에 방북 불가”

통일부는 17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이던 ‘을사5조약 규탄을 위한 남북공동 민족자주역사대회’ 참가차 방북하려던 남측 인사 85명의 방북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불허 사유에 대해 “이 행사에서 남북이 채택하고자 하는 공동호소문은 남측을 ‘을사 5적(敵)’으로 비유하는 등 도를 넘게 남측을 비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남측 행사 주최측이) 공동호소문 내용을 바로 잡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온 점은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 남측을 심하게 비난하는 내용의 공동호소문을 채택하기 위해 방북을 신청했는데, 정부는 그것을 허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남북의 행사 주최 측이 채택하려던 공동호소문은 “역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외세의 부당한 간섭과 을사 5적과 같은 사대매국 세력이 있는 한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은 지켜낼 수 없다”며 “사대보수 세력의 반민족적 책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말자”는 주장을 담고 있다.

통일부는 이 공동호소문이 우리 정부나 남측을 구체적으로 비난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체 문맥상 대남 비난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했다.

이에 대해 행사 주최측인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남북이 하나가 되어 식민지 병탄사(史)가 주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차원에서 이 행사는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며 “민간 단체의 순수한 뜻을 정부 당국이 앞장서 가로 막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