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분간 대북 관망기조 유지할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뇌수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도 김 위원장의 ‘건강 변수’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북한 내부, 특히 김정일 위원장과 관련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렵고 북한 권력 구조의 변화에 대한 정보 역시 실시간 얻기 힘들다는 점 등 때문에 현 단계 대북정책의 핵심 기조는 `관망’이 라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절대적 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병세, 정상적인 지도활동 개시 시기 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설 때까지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북한이 어떤 식으로 대남 및 대외 정책을 운용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대북 정책과 관련, 미국.중국 등 주변국과 보조를 맞춰 가며 조심스런 행보를 할 전망이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내건 대북 정책에서 중대한 변화를 시도하거나 총리회담 같이 포괄적인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고위급 회담을 구체적.주도적으로 제의하는 일 등은 현재의 김 위원장 와병 국면이 진정되기 전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방향에서 정부는 김 위원장의 병세 및 회복 시기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정밀히 짜는 동시에 남북관계가 현재보다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적절히 관리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지난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다소 제약했던 민간차원의 대북 교류.협력에는 유연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정부는 이달 말로 예정된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의 대규모 방북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히기도 했다. 북한 스스로 어수선한 상황임을 들어 방북 연기를 요청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단체들의 방북을 허용함으로써 민간이 남북관계의 버팀목 역할을 계속하도록 할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한다.

김하중 통일장관이 추진 의사를 명확히 한 대북 인도적 지원도 `와병설 국면’이 지난 뒤 남북관계 정상화를 본격 추진할 때를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라도 그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1차적으로 우리가 5~6월 제안한 옥수수 5만t 지원 건에 반응을 보일지 여부를 좀 더 지켜보는 한편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지원도 이미 피력한 기조대로 추진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남북관계 정상화의 1차 관문이 된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관련해서도 소모적 신경전을 피하는 한편 해결을 위한 우리의 대화제의에 북한이 호응해 오길 요구해 나갈 전망이다.

이런 정부 기조는 김하중 장관의 10일 국회 업무보고 답변에서도 분명히 감지됐다.

그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틀림없이 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6.15, 10.4선언 이행문제에 대해 “기존 합의들의 정신을 존중해..”라는 전에 안쓰던 표현을 쓰고, 지난 10년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변으로 일관, 북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정부의 신중한 대응 기조를 지지하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한 정권의 특성상 자신들의 리더십이 위기에 처한 상황일수록 상대하는 정부의 본성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더욱 면밀히 상대의 신뢰 문제를 관찰할 것”이라며 “이럴 때일 수록 우리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일수록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배 박사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끊기고 우리의 대북 영향력이 축소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남북관계 측면은 물론 우리 내부적으로도 좋지 않다”며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록 상황 관리를 위한 남북간의 장치를 만들 필요성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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