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인원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정부는 4일 북한에 ‘당국 간 실무회담을 6일 갖자’고 역제의했다.
정부가 이날 실무회담을 제의하면서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 등을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개성공단 문제를 민간 차원이 아닌 당국 간 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이 같은 입장에 우리 기업인만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다. 재발방지와 신변안전, 통신수단 확보 등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약속이 당국 간 회담에서 이뤄져야만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북측이 개성공단 잠정 중단사태 해결을 위해 진정성이 있다면 민간을 통한 방식이 아닌 당국 간 회담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민간 차원의 대화는 통민봉관(通民封官)을 통한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려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명의의 문서를 우리 기업에 팩스를 보내 ‘철수 당시 제품과 원부자재를 반출하기 위한 문제를 협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대가 있는 곳은 어디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면서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대북정책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서도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이 읽혀진다.
최명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남북 간 원칙을 바로잡아야 신뢰가 쌓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면서 “북한의 반복되는 잘못된 패턴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민간 차원의 대화가 아닌 당국 간 회담으로 역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신뢰가 쌓이지 않은 가운데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면 향후에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문제인식”이라면서 “당국 간 회담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를 쌓는 것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