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방송 전면교류 제의해보라”

햇볕정책의 핵심 오류 중 하나는 북한에 대한 물질적 지원에 치중했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만약 북한 관료들이 수령의 교시가 어떻든 간에 여전히 수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에 매몰되어 있다면 북한의 변화는 요원하다. 더욱이 북한의 주민들도 그런 상태라면, 특히 굶어죽는 과정에서도 수령님 만세를 부를 정도라면 북한의 변화는 희망이 없다.

햇볕정책은 북한 주민들 의식의 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먹을 것을 지원해주고 돈을 지원해주면 북한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김정일 정권은 개혁, 개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핵 실험으로 고립화 노선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즉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 관료들의 의식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통제하기 위해서 외부 정보의 유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핵심 계층 몇몇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도 없다. 외부에서 오는 국제전화는 모두 교환원이 받아서 연결해준다. 도청하는 것은 물론이다. TV, 라디오, 신문 모두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야말로 북한은 정보의 블랙홀인 것이다.

라디오 방송 전면 교류 검토해야

그러나 희망적인 소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북한 내에서 라디오로 외부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국경 지방에 많다고 한다. 한국 언론재단 2005년 12월 탈북자 304명을 상대로 인터뷰한 자료를 보면 단파 라디오 청취율 4%, 중파 라디오 청취율 11% 정도이다. 해마다 그 수치는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라디오 소지자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처벌이 크게 약화되었다. 이는 주로 경찰(보안원), 관료들의 부패 때문이다. 이제는 납땜이 안된 라디오를 적발하더라도 그 라디오를 장마당에 되파는 경찰이 많아졌다. 때문에 과거처럼 라디오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정치범 수용소에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라디오에 대한 처벌 약화는 북한 주민들의 라디오 청취를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 중-북 국경이 허술해지면서 중국을 오가는 사람들에 의해 바깥 정보가 북한으로 대거 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라디오, CD, 테이프, MP3 등 정보 관련 제품들도 대거 들어가고 있다. 식량난 이후 북한 내에도 돈만 주면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게 되어 북한내 정보 소통도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김정일에 대한 충성도도 꽤 많이 떨어지고 있다. 북한의 관료들과 경찰에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띈다고 한다. 10년 전의 북한을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들이다. 북한 주민들도 이제 스스로 자주성을 깨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TV방송도 틈새 있다

이처럼 현재 북한 내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노력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몇 가지 구체적 정책 제안을 해보겠다.

1) 먼저 한국 정부는 북한 정부에게 남북방송의 전면 개방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 정부가 한국 방송의 북한 내 자유 청취를 허용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그렇더라도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남 방송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한국 정부는 대북 방송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현재 대북 방송은 KBS 사회교육방송 뿐 아니라 열린북한방송, 자유북한방송 등 민간 방송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 민간 방송들에게도 주파수를 제공하여 방송 시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보수 세력들은 북한의 대남방송을 개방하는 것에 큰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기존의 ‘햇볕정책 정부’가 아니라 북한이 정상 국가로 전환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에 확고한 입장을 취하면 한국의 보수 세력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맥락에서 정부/민간 대북 방송을 대폭 늘리게 되면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인터넷이 불가능하고 TV도 Pal 방식이어서 한국의 NTSC와 다르다. 따라서 라디오는 북한내 정보 소통을 촉진하고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라디오를 활용한 대북 정보 소통 자유화 정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TV 방송의 틈새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국경지역 주민들은 중국 TV를 자주 본다고 한다. 특히 연변 조선족 방송은 조선말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즐겨 본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한국 방송사들이 중국 국경 지대 방송에 한국 프로그램들이 많이 들어갈 수 있도록 중국 방송사와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TV는 그 전파 범위가 북한의 대중 국경 지대에 국한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영향력은 라디오보다 강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제 TV 중에 Pal과 NTSC 겸용 방식의 TV가 북한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많지는 않지만 소수의 북한주민들은 한국 방송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이런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3) 그 외에 북한 주민들은 CD나 테이프, MP3 또는 풍선 등을 통해서 외부 정보를 접한다. 이는 중-북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북한인권 관련 NGO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국 정부는 간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 동구의 변화에는 방송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라디오 방송으로는Radio Liberty/ Radio Free Europe이 큰 역할을 하였다. 동독의 경우에는 서독의 TV 방송이 큰 역할을 하였다. 북한의 경우는 소련, 동구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외부 정보가 들어가는 틈이 넓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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