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당국대화 모멘텀유지 기대

북한이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14일)과 적십자 실무접촉(16일) 개최에 동의해옴에 따라 남북이 당국간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 나가게 됐다.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에 합의한데 이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방남한 북한의 특사조의사절단이 이명박 대통령, 현인택 장관과 각각 면담함으로써 남북 당국간 대화의 물꼬는 열렸다.

그러나 8월26~28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남북적십자 회담이 열리고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9.26~10.1)가 치러진 뒤 남북대화는 다시 소강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다.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합의해온 사항 중 개성.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활성화 등이 논의될 수 있었지만 정부가 이들 사안을 북핵 상황과 사실상 연계하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관련 대화는 진행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임진강 수해방지와 관련한 실무회담과 적십자 실무접촉이라는 `낮은 틀’의 회담을 제의하고 북측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남북은 어쨌든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남북대화에서 북핵을 주요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북한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세부 현안과 관련한 회담이 열리게 된 것은 양측 모두 당국간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북한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고 있는 북.미 양자대화에 앞서 남북대화를 개최하는 것이 `본 게임’을 위한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가 남북대화에 앞서가는 모양새가 되면 미국으로선 동맹국인 한국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음을 감안, 북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또 황강댐 무단방류로 우리 국민 6명이 익사한 사태가 남북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북으로선 회담을 계기로 적절한 수준에서 유감 또는 사과의 뜻을 밝힘으로써 걸림돌을 치우고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로서도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 등으로 대북제재에 무게가 쏠렸던 한반도 정세가 협상 국면으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북한과 대화의 흐름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 측면이 있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4~6일 방북한 원 총리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미협상의 틀이 마련될 경우 `남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통미봉남’ 기조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 실무회담과 접촉이 남북간 현안 전반을 놓고 벌이는 `본게임’에 앞선 `워밍업’이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즉 북핵 문제에 구체적 진전이 없는데다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를 논의하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북측이 수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화가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를 포함한 전면적인 남북협력 재개로 가는 다리가 될 것으로 속단키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한계는 있지만 `임진강 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황강댐 무단방류를 사과하고 이어진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및 대북인도적 지원 등과 관련해 모종의 합의를 도출할 경우 남북관계도 일정한 탄력을 받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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