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관계 `상황관리’에 무게

북한 군당국이 3일 전통문을 통해 모든 남북대화와 접촉 중지, 군사분계선(MDL) 통행 차단을 시사하는 `군사 조치’를 언급한 상황에서도 정부의 대응기조에는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잇달아 나온 북한의 도발성 조치에 대해 `맞불작전’은 삼가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북한이 대남 압박을 중단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으며 이런 관심은 최근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북핵 상황과 맞물려 일각의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북핵 신고 방안에 대한 북.미 간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들이 나오는 터에 북한의 대남 압박이 가시화함에 따라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이 현실로 다가올 듯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북핵 상황 진전에 따라 주변 정세가 우호적으로 바뀔 경우 남측 도움 없이 미국.중국에 기대 경제난과 식량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북한이 올해 남북관계에서는 사실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보고 대남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듯 하다”면서 “북한이 핵신고 문제는 미국과 타협안을 만든다는 전제 하에 의도적으로 대남 봉쇄 전략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정부가 북핵 문제의 급진전에 대비, 구체적인 남북관계 관리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과 `대화와 접촉의 창구는 개방한 채’ 북 측의 변화된 모습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북한 군부가 전통문을 통해 남북 당국간 대화 중단을 언급했음에도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당국자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막겠다고 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김형기 국방부 대변인도 “전날 북측에 보낸 전통문을 통해 남측의 입장을 충분히 밝혔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군사당국 간 접촉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보듯 정부는 `맞불작전’을 피하면서도 `현상 타개’ 보다는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둔 행보를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많은 이들은 예상하고 있다.

대북 대화 제의 등을 통해 현 상황을 적극적으로 타개하려 하기 보다는 북한이 남북 간 긴장 고조를 통해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할 때까지는 계속 의도적 무시 전략을 펴며 상황을 관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북한도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에서 조금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것도 정부의 기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통미봉남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정세가 십수년 전과 다르기에 미리 두려워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한.미 모두 보수정당이 집권한 상황에서 긴밀한 대북 공조를 다짐하고 있는데다 한국이 포함된 6자회담이라는 다자 회담 틀이 있어 김영삼 정부 때와 같은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이 먹혀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북한이 설령 통미봉남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 경우에도 정부는 남북관계를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는 방침을 견지하면서 지금 처럼 무시전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이들은 보고 있다.

조성렬 박사는 “현재 국면으로 보아 남북관계의 냉각기가 내년 봄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면서 “정부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민간 교류협력이나 인도적 지원 형태로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음으로써 상황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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