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정일 와병설에 ‘신중모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9.9절 행사에 불참한 직후 정부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한 정보들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건강 이상설 자체에 신중한 입장을 밝히며 상황 관리에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관련, “확인되지 않는 사안들이 보도되는 것은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국정원측이 국회에서 밝힌 내용이나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 등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첩보로 들은 바는 있지만 사실로서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성호 국정원장은 1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 위원장의 순환기 계통에 이상이 발생했으나 부축하면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등의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 고위관계자는 12일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양치질을 할 정도의 건강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정부 내부에서 전해진 정보들로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 마저도 ‘확인중’이라며 건강 이상설 확산 차단에 나선 것은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정보가 지나치게 구체적인데다 건강 이상설에 이어 향후 후계구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 등에 대한 얘기까지 꼬리를 물면서 북한의 반발을 사고 남북간 불신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나 중국, 일본 정부 등 관련국들과 비교해 우리 정부가 민감한 북한 정보사항을 신중하지 못하게 다루고 있다는 일종의 자성도 그 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10일 백악관 대변인)거나 “확인해 줄 수 없다”(10일 국무부 대변인)는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언론매체가 고위 당국자, 정보기관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한국에 못지 않게 북한의 동향에 민감한 일본의 당국자들 역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초기엔 한국과 미국의 외신보도를 주로 인용 보도하다가 최근엔 중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하고 있으나 자국 정부기관 당국자들은 인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장위 외교부 대변인이 11일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에 관해 “북한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한 것 외에는 정부기관의 공식 언급이 없으며 언론 보도도 외신을 짤막하게 전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사실상 이미 공개된 정보에 대해서도 ‘확인중’인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남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이미 상당한 정보가 흘러나갔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국가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쟁점에 대해 부처간 통일된 입장을 세워 공유하는 체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정보 공개로 인해 정보 소스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공개해야할 정보와 공개하지 말아야 할 정보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그것을 정확히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정보를 다루는 절차와 원칙,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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