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국제질서의 대변환, 동북아 역학관계의 재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으로 인해 냉전 종식 후 가장 엄중한 외교안보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현재의 ‘전환기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금년도 6대 핵심 외교과제를 제시했다.
윤 장관은 4일 오전 국방부와 통일부, 보훈처와 공동으로 마련한 2017년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에서 ▲북핵 및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방위 외교 ▲역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주변국 외교 ▲주요 국제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글로벌 외교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경제외교 ▲테러 빈발 시대 우리 국민 보호 강화 ▲신뢰받는 중견국으로서의 공공외교 등을 올해 외교과제로 설명했다.
여기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올해 전방위적 대북제재 및 압박 툴을 활용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석탄 수출 상한제 적용 등을 비롯한 북한 자금줄 차단과 외교적 고립 촉진, 한미일 및 유럽연합(EU)·호주 등 주요국 독자제재를 통해 북한에 전방위 외교적 압박을 가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북한인권에 대한 김정은의 책임 규명을 공론화하고 해외 노동자 문제를 집중 부각하는 등 인권압박도 가중시킬 예정이다. 더불어 정부는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 방식을 다변화하고 콘텐츠를 개선하는 등 대북정보 유입 방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확장억제와 관련한 한미 간 협력도 강화해 대북 군사적 억제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미국 신 행정부 및 의회와 기존 대북압박 기조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공조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또 6자회담 틀 내에서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하고 중국·러시아와 양자차원에서 전략적 소통을 증진키로 했다. 정부는 한중일 혹은 한미중 등 소다자 및 5자 협력을 활성화하고, 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호주나 동남아 등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인하겠다는 것도 정부 구상이다.
윤 장관은 전날 연두보고를 앞두고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새해에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압박 노력이 계속될 예정”이라면서 “1월 중에도 주요 우방국들의 독자제재가 다양한 분야에서 주거니 받거니 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미 행정부 교체기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강행할 수 있다고 판단, 한미 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안보리 및 주요국들과 징벌적 대북조치를 사전 조율하기로 했다. 또 북한이 기만적인 대화 공세에 나설 시 ‘의미있는 비핵화 최우선’ 원칙을 견지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국제정세 변화를 고려한 주변국과의 외교에도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미국과는 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하고 현안과 관련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역대 최상’이라 평가 받는 한미동맹을 지속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특히 이 과정에서 확장억제의 실행력 제고와 방위비분담 문제, 사드 배치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자 및 다자 회의를 계기로 고위급 회담을 적극 추진하고, 북한 및 확장억제 등을 다루는 고위급 실무 협의채널도 지속 가동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해서 북한 문제, 확장억제 같은 동맹이슈, 경제통상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 동맹관계가 업그레이드되도록 연속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면서 “나 자신도 미국 신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틸러슨 국무장관이 취임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회담 할 수 있도록 이미 미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미국을 타격할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트럼프 당선인의 분명한 경고”라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 당선 이후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관련 대응 방향에 함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수교 25주년을 맞는 중국과는 유관 부처들 간의 협업 및 공공외교를 통해 사드 배치로 인한 외교적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일본까지 참석하게 될 3국 정상회의를 조기 개최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윤 장관은 “국제질서에 커다란 대변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올해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커다란 국제질서 변화의 서곡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도전 속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도전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가급적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북미 협상 혹은 군사적 옵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 정부가 북핵 해법으로 지나치게 추상적인 구상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사실상 가시화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유관부처와의 협의’ ‘공공외교’ 등의 공약만 내놓고 있어 구체적인 전략이 부재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탄액소추안 통과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면서 필요시 황교안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정상외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사실상 권한대행으로는 뚜렷한 성과를 낼 정상외교보다는 현상유지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이 시점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외교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고위 당국자도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국익상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상외교는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차원에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정상외교 차원의 공백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공백이 없도록 많은 검토를 하고 있고 기본적인 것은 일관성과 연속성이 유지되는 쪽으로 권한대행 이하 우리 외교부, 유관부서가 합심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어떠한 상황 발생하든 정부가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대충’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정책의 모멘텀이 상실될 수 있다. 파고가 거셀수록 대한민국호도 속도에 맞춰 같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외교부의 입장”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