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긴급구호’ 핑계 모니터링 없이 대북지원

정부와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이 북한 수해복구를 위해 대북지원에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지만 모니터링 계획은 아직 세워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2일 북한 수해복구를 위해 남북협력기금 105억원 집행을 의결했고, 23일부터 긴급구호물자가 경의선 도로를 통해 북한 봉동역까지 운송한다. 봉동역에 도착한 구호물자는 북한당국에 의해 분배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23일 “기본적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긴급구호는 시간을 다투는 문제이기 때문에 북측과 구체적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면서도 “긴급구호 물자가 대부분 라면과 생수 같은 식품 종류여서 사후 검증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식량계획(WFP) 등 북한에 대한 긴급구호에 나선 국제기구들은 북한당국에 지원물자에 대한 분배투명성을 요구해, 평소 접근을 통제했던 지역에 대해서도 식량배분에 대한 감시가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폴 리즐리 WFP 아시아사무소 대변인은 “북한 정부는 WFP 요원들이 평소 접근 가능했던 지역 외에 통제됐던 다른 먼 지역까지도 식량배분 감시를 위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3일 전했다.

WFP는 또 철저한 식량 배분을 위해 북한측에 현재 10명인 WFP 자체 요원과 20여명인 북한 현지인 요원의 확충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북한측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베스 바이어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 역시 “북한 정부는 공무원 조직을 동원해 지원물자를 수재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으며 유엔과 국제적십자연맹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이 분배 과정에 함께 참여해 물자가 제대로 배분되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달리 긴급을 요하는 구호물자임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들이 이처럼 분배 투명성 확보에 힘을 쏟는 것은 지원 물자를 상당수 기득권층이 빼돌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기 때문.

실제 2004년 용천열차 폭발사고 때도 우리 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을 이었지만 상당수 많은 물자들이 지원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아닌 간부들에 의해 빼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용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피해복구 위원회에서 간부들과 배급자들이 평소 잘 따르던 사람들에게는 지원물자를 많이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예 지원물품을 나눠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면서 “일부는 간부들에 의해 장마당에 빼돌려져 유통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북한 수해로 인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쌀 10만t과 시멘트 10만t, 철근 5천t, 덤프트럭 등 복구용 자재장비 210대, 모포 8만장, 응급구호세트 1만개, 의약품 등 2천210억원 상당의 구호물자 지원을 올 6월 완료 했으나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지난 6월에서야 수해 복구물자 지원이 완료됐는데 곧이어 또 다시 수해가 발생해 타이밍을 놓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배의 투명성’ 문제는 오래전 부터 지적돼 온 만큼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게 가장 큰 원인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