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획탈북’ 제대로 이해나 하나?

▲ 23일 탈북자 수용대책을 발표한 이봉조차관

지난 23일 정부가 내놓은 ‘탈북자 수용대책 개선안’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개선안에서 정부와 탈북자 단체 간에 가장 큰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 ‘기획입국의 개념과 범위, 브로커의 효용성’ 문제다.

통일부 이봉조 차관은 “북한으로부터 신규 탈북자가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입국 탈북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기획탈북의 요소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기획탈북을 주도하고 있는 브로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기획탈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브로커를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게 된 배경으로 브로커들이 지원금을 노리고 탈북자들을 무분별하게 외교공관에 진입시키고 있는 점과 국내로 들어온 상당수의 탈북자가 정착지원금 중 상당액을 브로커에게 갈취당하고 있는 현실을 들고 있다.

탈북자 단체들은 정부의 이런 지적이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가 탈북자들이 처한 상황과 입국경로, 탈북도우미(브로커)의 역할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몇 가지 부정적인 인식에만 기초해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탈북자 입국을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고 강력히 대응할 태세다.

‘기획탈북’ 개념부터 정리해야

기획탈북과 브로커에 대한 정부와 인권단체의 시각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기획탈북’(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와 ‘기획입국’(제3국에서 한국으로 입국)을 구별하여 부르는 경우도 있으나 여전히 기획탈북으로 통합 호칭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탈북’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지난 2002년 베이징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에 탈북자 25명이 진입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대사관 진입을 주도한 NGO들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언론까지 동원해 진입 장면을 보도하게 함으로써 탈북자 문제를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 시켰다.

이후 기획탈북은 NGO에 의해 주도된 외교공관 진입 시도를 의미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개인이나 단체의 치밀한 계획하에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시도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보면 사실 탈북자 국내입국의 99%는 기획탈북에 해당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사전에 치밀한 계획 없이 한국행이 성공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기획탈북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말은 결국 탈북자의 한국입국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게 된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기획탈북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해 기획탈북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먼저 표명했다. 특히 ‘과다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행위’를 악덕브로커에 의한 갈취행위로 규정하고 철저히 제재하겠다고 하면서도 인도적인 차원의 탈북지원은 묵인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발표만으로는 정부가 이해하는 기획탈북의 범위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단, 수수료를 목적으로 한 브로커가 연루된 탈북행위에 집중적인 문제인식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의 이러한 인식에 대해 탈북자 단체들은 먼저 정부 책임론을 추궁한다. 정부가 탈북자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지원단체나 개인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나 중국 현지에서 한국으로 가려는 탈북자가 수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는 인도적인 지원단체 이외에 이들을 돕고 수수료를 받는 현지 안내인이나 탈북도우미, 브로커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오려는 절박한 처지의 탈북자들에게 정착금 중 일부를 그들에게 보상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한국행 수수료’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려면 민간단체 지원해야

탈북 브로커의 난립으로 부작용이 생기는 점도 사실이다. 탈북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무리한 시도,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행위는 제재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적인 문제를 빌미로 정부의 외교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범위에서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브로커들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탈북자들이 기획탈북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서 입국할 수 있도록 노력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탈북자 단체들은 지난 12월 초에 동남아시아 우리 대사관에 들어온 탈북자도 돌려보내고 있는 정부가 다른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사실 책임회피에 가까운 발언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백두한라회 김은철 회장은 “정부가 과도한 수수료 문제나, 브로커 난립을 문제 삼는다면 인도적인 지원단체에 비공식적인 행정 및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탈북자의 한국행을 해결하면 되는 일”이라며 “공관에 들어오는 탈북자도 내쫒는 정부가 이를 문제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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