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강산 피살’ 강경모드…‘치킨게임’ 돌입?

금강산 관광객 고(故)박왕자씨 피살사건이 발생한 지 8일이 지났지만 진상조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북 물자지원, ‘개성관광 중단’ 등의 단계별 후속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그 실효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는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 진상조사와 북측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방안을 집중 검토했다. 회의에선 ‘개성관광 중단’을 집중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NSC 결과를 전하며 “늑장 보고와 사건발생 직후 관광영업을 지속하는 등 현대아산 측의 안전조치가 미흡했고 이 같은 점에 대해 종합 점검을 해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개성관광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은 진상조사 뿐 아니라 철저한 재발방지책이 중요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국간 논의를 거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남북간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정부는 금강산 피살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남북간 합의에 따라 북에 보낼 예정이던 각종 물자의 공급을 보류하고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논의도 당분간 중단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군(軍) 통신선 개선을 위한 장비·자재(남북협력기금 중 31억),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내부 장비·비품(41억) 등 북한에 제공하려고 준비해온 물자들의 공급을 사건 해결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북 지원성 사업을 추진하려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에는 ‘현 남북관계 상황을 감안, 재고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외에도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옥수수 지원건을 포함한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과 관련한 논의도 국민 정서를 감안, 당분간 중단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민간 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과 북핵 6자회담 차원에서 합의된 대북 중유 및 설비 제공은 그대로 진행키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단계별 대북 압박카드와 ‘개성관광 중단 검토’라는 카드를 꺼냈으나, 실제 카드가 구사될 경우 그동안 북한의 일반적인 행태로 미뤄선 북한이 각 조치들에 대해 ‘강경 모드’로 대응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압박이 이어질 때마다 ‘강경에는 초강경으로’라는 입장으로 핵실험까지 강행했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서해도발 등 극단적 조치들을 취해왔다.

실제 금강산 피살사건 직후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의 중단 조치를 내리자 북한은 사업자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을 내세워 “우리에 대한 도전”이고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며 남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오히려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북한이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이명박 정부를 ‘길들이기’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아주 오만하게 배짱을 부리는 것”이라며 “남북간 제도적 합의로 개성관광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일단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관광 등이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결코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 주민들도 굶겨죽이는 김정일 정권이 일부 손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처럼 단계별 대북 압박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북측의 그동안의 외교 행태를 볼 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남북관계의 경색의 장기화에 대한 남측 책임론을 통한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한 대 치면 두 대치는 것이 북한의 외교정책”이라며 “남북경색의 장기화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돌리고 남한 내 친북세력과 연대해 공세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