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귀환납북자 탈북비용 직접지불”

▲ 귀환 납북자 이한섭씨

이달 중순 한국에 귀환한 납북어부 이한섭(사진) 씨의 귀환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서 이 씨를 직접 데리고 나온 브로커에게 직접 관련 비용을 지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현지에서 납북자에 대한 구조 요청이 오면 정부는 대사관 직원을 현장에 파견, 신병을 확보하고 한국으로 데려오는 역할에 국한해왔다. 납북자를 북한에서 중국으로 데리고 나온 현지 브로커에게 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불한 적은 없다.

최초 이 씨의 귀환을 추진한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17일 기자와 만나 “이씨의 귀환 과정에서 통일부 관계자가 사전 통보 없이 직접 탈북 브로커를 만나 관련 비용을 지불하고 조기 귀환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는 선례가 된다는 점과 북한과의 마찰 문제를 들어 북한 탈출비용을 직접 지불해오지 않았다.

어찌보면 신속한 대응으로 보이는 이번 조치에 대해 최 대표는 ‘기회주의적인 처신’이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최 대표는 “북한에서 가정을 꾸렸던 납북자들이 한국에 돌아와서 두고 온 가족들 때문에 괴로워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래서 이 씨는 가족들과 동시 입국을 추진했다”면서 “(그런데)일을 추진하는 중에 통일부가 중간에 개입해 브로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이 씨만 데려가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부가 납북자 문제가 불거질 경우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중간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례를 남긴 만큼 앞으로 통일부가 비용을 들여 납북자들을 직접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섭 씨의 동생 이순국씨도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형의 한국행에 직접 관계하지 않았다. 정부차원에서 했기 때문에 브로커 비용 등 직접적인 현금이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확인했다.

이 씨 입국과정에 대한 최 대표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최 대표는 최초 이 씨의 구조요청을 받고 브로커를 통해 이씨를 중국으로 데려온 다음 통일부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이 씨가 북한 가족과 함께 한국에 가기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통일부는 이 씨의 주장을 묵살하고 브로커와 직접 연결을 시도했다. 통일부는 이 씨 탈출 비용 일체를 지불하고 서둘러 이 씨만 국내에 입국시켰다는 것.

이에 대해 김남중 통일부 인도협력기획팀장은 “정부는 브로커와 만난 사실이 없다. 정부가 탈북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전면 부인했다.

김 팀장은 “이 씨가 공관에 요청해 ‘신변 보호’ 차원에서만 협조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와 최 대표, 이 씨의 주장대로라면 어느 누구도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는데도 중국 현지 브로커가 이 씨의 신병을 한국 정부에 인계했다는 것이 된다.

정부가 부인으로 일관하자 최 대표는 정부의 비용지불을 확인할 수 있는 녹취록도 공개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탈북자나 납북자가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전문 탈북 브로커가 필요하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할 때의 비용은 약 2~3백 만원, 중국에서 베트남, 태국 등의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올 경우 추가로 2~3백 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브로커를 이용, 북한을 탈출 국내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총 4~6백 만원이 든다. 북한을 탈출하는 데만도 200∼300만원이 든다. 납북자일 경우에는 두 배로 뛰기도 한다.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북한 당국에 ‘눈치보기’로 일관하던 우리 정부는 그 동안 납북자 송환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만약 이씨의 한국행에 따른 제반 비용을 직접 지불한 것이 사실일 경우, 선례를 남기게 돼 이후 납북자 귀환 비용 지불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씨는 1975년 동해상에서 고기잡이 도중 납북됐다가 지난 6월 탈북, 중국 주재 우리 공관에 피신한 이후 최근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씨는 천왕호 선원 33명 중 2005년 귀환한 고명섭(63)씨와 올해 초 입국한 최욱일(67)씨에 이어 3번째로 무사 귀환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