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당국자 “그랜드바겐에 北 관심”

정부 고위당국자는 2일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북한이 우리가 제시한 ‘그랜드바겐(일괄타결안)’에 관심을 표명해 양측간에 세부적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과의 워크숍에서 이같이 밝히고 “그랜드바겐에 여러 가지 요소들이 들어가 있으며 앞으로 6자회담이 열리면 하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드바겐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부분을 폐기할 경우 그와 동시에 국제사회가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구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9월 공개 제안한 이후 북한 측은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다.


이 당국자는 “1차 비핵화 회담에서 처음으로 북한에 대해 그랜드바겐을 공식 설명했고 북측은 내부 협의를 거쳐 2차 비핵화 회담에서 상당한 질문을 던졌다”면서 “북한 리용호 외무성 부상이 전반적 내용에 대해 세부적인 질문을 하고 이에 우리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논의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처음에는 그랜드바겐을 남북 간의 일로만 생각했었으나 우리의 설명을 듣고는 그것이 아니라고 이해한 듯하다”면서 “북한이 질문을 가져왔다는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6자회담이 정체된 사이 그랜드바겐을 토대로 사전협의를 해왔다”면서 “미국과는 세세한 부분까지 협의했으며 중국, 러시아, 일본과도 그랜드바겐의 대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서는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해 북한에 반드시 필요한 조치를 제시했으니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면서 “북한이 북미 후속대화든 남북 비핵화 회담이든 ‘이것을 빨리 하겠다’는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비핵화 사전조치에는 양보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북한과의 회담이 단기간에 결과를 내기란 쉽지 않으며 여러 차례 대화를 거쳐야 일이 된다”고 말해 후속 남북-북미대화 과정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북미 후속대화 시기에 대해 “이번달 쯤에는 북미 고위급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러나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이달 중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면 정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이 제2차 남북 비핵화회담에서 한국에 미사용 핵연료봉의 매입을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핵연료봉 매입은 이미 2008년 논의됐던 사안으로 과거 이슈를 다루는 과정에서 얘기가 나온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매입을 요청하거나 협상을 통해 사달라고 한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1차 비핵화회담 이후 대화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본격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현시점에서 정상회담을 거론하기는 이르며 양측 당국자 간 회담이 열려봐야 그 다음의 남북관계를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핵화 과정과는 분리돼 있지만 전반적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어떻게든 대한민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다루지 않을 수 없음을 북한 측에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에 대해 “지금까지는 기술적인 대화가 오가고 있고 돈과 관련된 것이어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가스공급은 러시아가 책임지는 것이며 협상은 주로 북·러 간에 진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가스관 차단 가능성을 우려하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논리적으로 북한이 차단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차단된 가스관 일부분에 차 있는 가스 밖에 없다”면서 “그런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측이 우리 정부의 양자협의 제안에 반응하지 않은 것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집요하게 하려고 하고 있고 일본이 응답하도록 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미온적으로만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동해 표기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로드맵이 있다”면서 “내년 IHO(국제수로기구)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게 당면 목표이지만 병기가 되고 나면 단독표기를 추진할 것”이라며 단계적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검토 진행상황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당장 식량을 주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래서 대규모 식량지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에 대해 “원칙을 지키는 대화를 했다는 게 성과”라면서 “회담 횟수로만 본다면 과거 정부보다 적은 게 분명하지만 우리는 회담에 앞서 약속을 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고 이를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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