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성공단 자금 北핵개발 전용 근거 없어”

정부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 등이 북한 핵 개발에 전용됐다는 주장에 대해 ‘확보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정당성을 밝히는 과정서 자금 중 70%가 북한 노동당으로 유입, 핵 개발 자금으로 쓰였다고 주장한 지 1년 반가량 지난 시점에 이를 완전히 뒤집는 발언이 새 정부에서 나온 셈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핵 개발에 전용된다는) 정부의 설명이 있었지만, 근거는 정부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결정할 당시에도) 자금이 전용된다고 이야기할 근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로서 설명드릴 수 있는 건 자금 전용 근거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앞서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2월 12일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당국에 의해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됐다는 ‘관련자료’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자료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홍 전 장관은 같은 달 15일 “증거자료는 없다”고 말을 바꿔 빈축을 사기도 했다.

홍 전 장관은 15일 당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개성공단 자금 전용) 우려가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증거자료를 확인한 것처럼 내용이 와전된 것은 제 잘못이다. 증거 자료 얘기를 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당에 들어간 70%에 해당하는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이나 치적사업 또는 사치품 구입 등 여러 용도에 사용되므로 그 중 핵·미사일 개발에 얼마나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취지”라면서 개성공단 자금 중 70%가 북한 당국에 의해 전용된다는 사실 자체를 번복한 게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이전 정부의 이른바 ‘개성공단 자금 전용’ 주장에 근거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향후 정치권은 물론 학계 등에서도 관련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만 정부 당국자는 해당 논란에 대해 별도 조사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명쾌하게 정리할 필요성은 충분히 느끼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와 함께 이 당국자는 개성공단 재개 여부와 관련, “(북한과의) 어떤 사업이든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효과만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북한과의 사업에서 부분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도 같이 발생할 수 있어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공단 관련해서도 임금지급 (방식) 등을 좀 (다시) 판단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현재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국면 전환이 필요한 상황을 고려해 개성공단 재개 방안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앞서 ‘베를린 구상’ 발표 당시, 오는 27일 휴전협정 64주년을 맞아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적대행위 상호중단을 북측에 제안한 것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 중심으로 후속조치를 어떻게 추진해갈 것인지 논의 중에 있다”면서 “오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가 열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북한 측에서 이렇다 할 호응을 보이지 않는 것과 관련, 이 당국자는 “과거에도 북한은 남한 정부가 새로 출범했을 때 길게는 몇 달 이상씩 새 정부 입장을 탐색하는 기간을 가졌다”면서 “일관성을 갖고 끈기 있게 길게 보고 노력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측의 호응이 없어도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군사분계선에서의 조치를 중단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남북대화 제의 같은 것과 마찬가지로 적대행위 중단 문제는 (정부 부처 간) 협의를 해나가게 될 것”이라면서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그런 내용(대북확성기 중단 등)으로 저희가 그렇다, 아니다 답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반응부터 한반도의 전반적 정세, 국민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북한에 대한 조치를) 판단해 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