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성공단 北요구 ‘일부 수용’ 의사?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토지임대료·노동자 임금 인상 등 개성공단을 둘러싼 북측의 요구에 대해 “전혀 받지 못할 조건이면 못 받겠지만,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개성공단 유지를 위해 북측의 요구를 일부분 수용할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장관은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우리 기업들도 더 이상 장사할 수 없다고 판단해도 개성공단에서 철수할 생각이 없느냐”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북한의 요구를 우리가 도저히 받을 수 없을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이 정해져야 협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무리하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분명한 태도와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 장관은 또한 개성공단에 50일 이상 억류돼 있는 직원 유 모 씨 문제를 다른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현안과 분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현대아산 근로자의 억류 문제는 개성공단의 본질적 문제로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문제가 개성공단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정부는 이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잇따라 개성공단 철수를 요구하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던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이날 북한 정권을 향해 직접적인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정 의원은 “김정일 정권은 ‘우리민족끼리’를 앞세워 동포애를 강조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러나 이런 현실을 보면서 김정일 정권이 과연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수준을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중국 고위 관료와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와 관련해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이 관료는 중국의 경우 모택동 사후에 그의 공과를 7대 3으로 평가하며 과거를 부정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북한은 그것을 못하기 때문에 개방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금강산 사태나 개성공단 문제는 남북관계 전체에 피가 돌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내분비적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를 미시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대북정책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문학진 의원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면서도 “북한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가 남쪽 정부가 6·15, 10·4선언을 이행할 분명한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정부가 두 선언에 대한 이행의지를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