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日 북핵회의론 대처 부심

북핵 ‘9.19 공동성명’ 이후 시간이 갈수록 미국 과 일본 내에서 회의론이 세를 얻어가고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일 양국의 대북 강경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회의론에 무대응할 경우 내달 초로 예정된 제5차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더러, 나아가 향후 북핵 해결 로드맵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동성명 타결 직후만 해도 그 결과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내렸던 미 조야가 최근 보수층의 대북 강공에 영향을 받아 ‘부정적’ 기류에 휩쓸리지 않을 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는 특히 미 의회내 대표적 매파로 지난 4월 “한국은 누가 적인지 분명히 말하라”며 이른 바 주적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의 6일(현지시간) 북핵청문회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드 위원장은 워싱턴 소재 미 의사당 부속건물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참석시킨 가운데 “북한에 중유를 추가로 제공할 경우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에도 미국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발언은 ‘미국을 포함한 5개국은 북한에 대해 에너지 지원을 제공할 용의를 표명하였다’는 공동성명 3항의 합의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하이드 의원은 이외에도 북핵청문회에서 공동성명이 북한에게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으며, 이 자리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여러 명도 이같은 비판기류에 가세해 미 의회 내의 대북 강경분위기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이로 미뤄볼 때 5차 6자회담에서는 미 대표단의 협상의 여지가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 가운데 9월말 워싱턴에서 진행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비공개 세미나에서 힐 차관보가 한국은 6자회담에서 미국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한국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6일 일본 산케이 신문이 보도해 파장을 낳고 있다.

일단 당사자인 힐 차관보를 포함해 한미 양국 정부 내는 기사내용이 정확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사의 입맛에 맞게 편집한 인상이 짙다며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한미간에 해소하기 힘든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없지는 않다.

힐 차관보가 이 세미나에서 6자회담 타결 후 나온 한국 정부측의 대규모 대북지원 방안에 대해선 “6자회담에서 돌아와 보니 한국 언론에 대규모 지원 얘기가 났던데 이는 차기 6자회담을 앞두고 대북 협상에서 다른 5개국의 입지를 손상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케이 신문의 힐 차관보 발언 보도에 대해 국내에서는 한일관계와 북핵문제에 대해 종종 왜곡된 시각을 전해온 전례를 감안할 때 이날 보도는 5차 6자회담을 앞두고 ‘한미간 싸움붙이기’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힐 차관보는 6일 북핵청문회 참석에 앞서 ‘한국이 도움이 안됐다’는 보도내용의 진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CSIS) 세미나에서는 비보도를 전제로 얘기한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에 매우 협력적이었고, 양국은 매우 긴밀히 협력했고, 한국은 미국 입장을 적극 지지해줬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부인했다.

같은 날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은 우리가 (6자회담에서) 이룬 결과에 값진 기여를 했고 한국의 역할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밝혀, 힐 차관보와 동일한 메시지를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7일 “이미 힐 차관보는 6자회담에서 한국이 도움이 됐다는 것으로 공개적으로 몇번이나 말했다”며 “이번 산케이 신문의 보도내용의 경우 힐 차관보의 발언 내용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적어도 북핵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한미 양국간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내에 북핵 회의론이 있다면 미 행정부와 협조해 적극적인 설명을 통해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행방안 협의도 중요하지만 공동성명이 ‘깨지기 쉬우면서도 미묘한 균형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지 않은 외부 충격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또 미국내 일각의 대북 강경 분위기를 감안해 힐 차관보 본인의 의지 표명으로 시작된 방북 여부와 관련, 적극적인 권유를 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다.

힐 차관보는 2단계 제4차 6자회담 직전에 방한해 정동영(鄭東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에게 방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힐 차관보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적어도 6자회담 카운터 파트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이상의 북한 수뇌부를 만나 담판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방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은 ‘9.19 공동성명’ 채택이후 합의이행 방안과 관련해 나름대로의 안(案)을 준비해왔으며 이번 주내로 그 작업을 마치고 이르면 내주부터 사전협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힐 차관보의 순방 일정이 협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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