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 북핵 사태의 진전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통미봉남에 대한 우려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나섰다.
정부는 “미국은 북한과 양자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으며, 시간과 장소는 앞으로 2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는 미 국무부의 발표에 대해 이번 양자대화의 목적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과 미국의 발표에 앞서 한미간 충분한 교감이 이뤄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미북 양자대화가 6자회담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6자회담 과정을 촉진하는 목적이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 대변인은 이어 “한미 양국은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과 안보리 제재를 병행하면서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데 공동인식을 하고 있다”며 한미간 입장차가 없음을 강조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 발표를 사전에 한국에 통보했느냐는 질문에는 “북미간의 대화가 있더라도 6자회담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한미간 공동인식이 특별히 달라지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보 받은 것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이번 양자대화를 기점으로 미북 양국간의 ‘핵 게임’ 정국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 복귀 문제만을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조건을 내세울 경우 또다시 북한의 협상전술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 진전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노리고 있다는 점도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 경우 한국 및 관계국들은 주변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한미공조에 ‘엇박자’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공조를 긴밀히 구축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양국 간에 북핵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근본적 변화는 앞으로도 없고,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나서는 것은) 전술상의 변화일 뿐”이라며 한미 공조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자간 외교, 특히 6자 프로세스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 온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뜻을 외면한 채 북한과 단독으로 핵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실제로 미 정부 내 대북정책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임명 이후 세 차례나 아시아 관계국들을 방문, 북핵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갖고 “북핵 문제는 다자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한중일 3개국을 순방하며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대한 사전 의견 조율도 거쳤다. 이 과정을 통해 “미북 양자대화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이뤄질 수 있다”는 5자간의 협의를 이끌어 냈다.
정부 또한 북핵 사태 전환 국면에서 주도적 역할을 잃지 않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번 주말께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유명환 장관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한다.
위 본부장의 미국 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 국무부의 북핵 담당 인사들과 만나 ‘미북 양자대화’와 관련된 문제를 포함, 6자회담 재개 방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유엔 총회와 미 피츠버그에서의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관계국과 만나 북핵 문제를 집중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