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흡수통일’ 방안이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한·미와 한·미·중이 ‘제2의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북한에 한반도 비핵화 비전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센터 소장은 3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되는 ‘제1차 통일연구원 통일포럼’에 앞서 미리 배포한 발제문을 통해 “(정부는) 앞으로 주변국, 특히 미중과 더불어 핵포기와 이에 따른 경제와 안보 공약을 마련해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한국 뿐 아니라 국제 사회가 제시하는 제2의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이 쉽게 거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를 가진다”면서 “만약 북한 당국이 이런 제안을 즉각 수용하지 않더라도 북한 엘리트와 주민들에 대해 국제사회의 의지와 계획을 전달해 북한 변화를 추동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주변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경제악화와 외교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중국에 대해 북한의 핵능력 심화는 역내 핵확산과 군비경쟁을 촉진시켜 중국의 안보를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전략적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소장은 또 “인도적 지원을 더불어 북한 주민의 삶을 돕지만 북한 정권에 득이 되지 않는 경제협력은 별도로 지속해야 한다”면서 “(이는)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과 의지는 ‘도덕적 우위’를 제공하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여론과 노력을 주도할 명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북한 내 민생 인프라 구축에 대해 박 소장은 “(북한 교통·통신 등 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이므로 핵문제 해결에 상당한 진전이 나타난 후에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남한경제 및 기업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는 남북경협 및 국제협력 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전문인력을 위한 지식공유 사업을 중국과 협력해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북중 접경지역 특구를 공동 개발하고 우리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박 소장은 “북한의 거부 상황에도 일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 구상의 기본 입장을 견지해 정책의 신뢰도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정치군사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할 것을 공약한 대북 인도적 지원과 민간 부문 교류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유연전략을 사용, 국제적 설득·압박 외교연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