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潘 유엔 차기총장 발목 잡지마라

올해 우리나라는 여느 해보다 국제적 위상을 드높인 해다. 지난 5월 유엔 인권위원회 이사국 선출을 시작으로 ‘세계 외교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했으니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자긍심을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격(格)’은 올라갔으나 그 격과 위상에 맞는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다음주 말에 있을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 내에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유엔 사무국은 미국, 일본과 유럽연합(EU) 주도로 지난 8일 북한 인권결의안을 유엔 총회에 상정했다. 북한인권 결의는 법률적 구속력은 없으나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보여준다. 총회 결의는 191개 회원국이 승인한 만큼 인권위원회 결의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 올라간 것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총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결의에 기권했고, 2003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가 3년 연속 채택한 북한 인권규탄결의에도 기권하거나 불참했다.

당시 유엔 인권위가 채택한 결의는 탈북자에 대한 처벌금지, 납북자 즉각 귀환,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기준 엄수, 고문방지협약 촉구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사회는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우리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이유로 국제사회의 공통된 흐름에 역행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유엔 인권이사국 선출시 한국은 그동안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한 전력을 들어 인권이사국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 속에 아시아 지역에 할당된 13개 이사국 가운데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미흡한 부분이 있음을 잘 보여준다.

국제사회는 특히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에 있어 그 나라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이라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행동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바람을 무시한 채 우리 정부의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정치적 입장을 이유로 국제적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외톨이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현재 국제사회의 시선은 온통 대한민국에 쏠려있다. 사무총장 배출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반기문 차기 사무총장도 “우리정부가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그럼에도 유엔이 추구하는 가치기준에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북한인권 유엔총회 결의 만큼은 반드시 찬성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주민과 국제사회, 그리고 전인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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