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납북자’ 대응기류 바뀌었나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인 김현희씨와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씨의 가족이 11일 한.일 정부의 도움으로 만나면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만남은 김현희씨가 올 초 NHK인터뷰 등을 통해 다구치씨 가족과 만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이후 일본 정부가 지난달 한.일 외교장관회담 등을 계기로 우리측에 협조를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양측이 모두 만나기를 원해 자리를 마련해준 것일 뿐 정부가 직접 개입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일 당국은 회동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태도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양측의 만남은 다구치씨의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씨의 요청으로 수 년 전부터 추진돼 왔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회동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만남에 비협조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다구치씨의 생존을 주장해 온 김현희씨와 다구치씨 가족의 만남은 자연스레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관련 발표에 의문점을 던져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는 내심 일본이 납북자 문제에만 집착해 북핵문제 진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의 진전이 없는 한 북핵 6자회담 차원에서 진행되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인류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납북자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보다 배려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대해 공동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에는 일본보다 훨씬 많은 500명(정부 추정치)이 한국전쟁뒤 납북됐다 돌아오지 않고 있어 납북자 문제는 한.일 공통의 대북현안이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자는 “한국과 일본의 납북자 문제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는 동일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두 나라가 협력한다고 해서 해결이 쉬워질지는 따져봐야할 문제”라며 “일본과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은 현재로선 구상하는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는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납북자는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등 문제의 성격도 달라 협력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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