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南北통신선교체에 31억원 지원결정

정부가 남북간 통행에 필요한 군(軍) 통신선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남북협력기금(이하 기금) 약 31억원의 지출을 결정했으나 여태 이를 공개하지 않아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이명박정부는 기금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출범 이후 기금 지출을 의결할 때마다 언론에 내역을 공개했으나 이번 사안만은 비밀에 부쳤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서면으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개최, 남측 출입사무소와 북측 군 상황실간 통신선을 구리 케이블에서 광 케이블로 교체하는데 필요한 각종 자재.장비 등 비용으로 기금 31억여원을 사용키로 의결했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직접 물자를 보내기 위해 기금 사용 결정을 한 첫 사례였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대가로 설비.자재를 수차례 보낸 적은 있지만 이는 정부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6자회담 합의사항이라 맥락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정부는 이례적으로 31억원의 집행 결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기금 투명성 강화를 업무과제의 하나로 삼고 있는 통일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기금 지출을 의결할 때마다 언론에 내역을 공개했으나 이 사안만에 대해서만은 ‘함구’했던 것이다.

이의 배경과 관련, 정부 당국자는 4일 “북한과 논의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당국간 대화가 단절된 현재의 남북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애초 정부는 통신선 노후화로 인해 남북간 출입자 명단 통보에 시간이 지체되면서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통한 남측 인사들의 원활한 방북에 장애가 초래되는 점을 감안, 북에 광케이블 등 통신 관련 자재.장비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자재.장비 제공을 위해 남북 당국간 실무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운 반면 북측은 당국간 대화를 거부하기로 한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실무 협의를 거부한 채 `자재.장비만 보내라’고 요구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정부로서도 개성공단.금강산을 출입하는 우리 국민의 편익을 생각해서라도 통신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상황이 남북간 기싸움 비슷하게 전개되면서 자재.장비 제공을 다소 지체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금 31억원 사용 결정을 비밀에 부친 것은 북한이 정부의 제공 방침을 미리 알게 되면 관련 우리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북간에 신경전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31억원 상당의 대북 직접 지원을 의결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 국내적으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배경 속에 통신선 교체가 늦어지자 북측은 지난달 22일 `남측이 군통신선 개선 관련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비난하는 내용의 군사회담 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낸데 이어 24일부터 개성공단 통행시간을 일부 단축하는 등 몽니를 부리기 시작했다.

남북 당국간의 소모적인 신경전이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불편으로 연결된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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