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12.1조치’ “냉정히 상황관리”

정부가 북한의 ‘12.1조치’에 `맞불’을 놓기 보다는 남아 있는 `라인’을 살리며 상황 반전의 시기를 조용히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의연하게 기다린다’는 이른바 `원칙 고수’ 입장에서 방향을 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26일 국회 답변 중 6.15, 10.4선언에 대해 “정신을 존중한다”면서도 ‘선언을 존중한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완전히 하나의 방침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나 싶다”고 답해 정부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사실상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철수대상이 된 우리 국민의 안전한 복귀를 돕는 한편 북한의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들은 정상적으로 이어 간다는 복안이다. 또한 당국간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북한을 계속 설득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복원돼야한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북의 조치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냉정하게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일단 12월1일에 조치 내용을 본 뒤에 구체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한 철수.기업 피해 최소화에 만전 = 정부는 북의 육로 통행 제한 및 차단과 개성지역 상주인원 감축 조치 등이 `남북간 합의 위반이자 남북관계 발전에 역행한다’는 입장을 이미 표명했지만 일단 북측의 통보 사항에 따라 취할 조치를 이행키로 했다.

우선 12월1일 이전에 철수하게 된 우리 국민들의 안전한 복귀 및 잔류 인원에 대한 체류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5일 통일부에 비상상황반을 설치했다.

또 철수대상 인원 및 장비를 합리적으로 선정하기 위해 북측과 협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당국은 북이 폐쇄 및 관계자 전원 철수를 요구한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의 인력을 28일 중 철수시키고, 인력 50% 감축 대상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경우 다음 달 1일 이후 30명만 잔류시킨다는 입장을 북측에 통보했다.

정부는 또 남북관계 경색 속에 수주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육로통행 차단 및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 폐쇄로 불편을 겪게된 경협.교역 사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12월 1일 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보고 필요할 경우 경협.교역보험에 따른 손실보조 외에 사업자들을 돕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남아 있는 교류협력 유지하며 대화 모색 = 정부는 또 `12.1 조치’가 시행된 후에도 유지가능한 교류.협력 사업들을 정상적으로 추진해가며 대화의 시기를 모색키로 했다.

우선 정부는 12월1일 이후에도 개성공단 생산활동은 계속 유지되는 만큼 공단내 내 탁아소, 소각장 건설 등 개성공단 활성화 조치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12월 1일 이후 항공편을 통한 인도적 대북지원 단체의 방북은 북한이 초청장을 발부하는 한 가급적 허용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협력이 질서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안전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계속해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고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는 복안이다. 당장 대북 특사 파견이나 장관급회담 등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지는 않더라도 실무적 차원의 당국간 협의는 계속 추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대북특사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이런 상황에서 북이 받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당국자 협의는 그동안 몇번 상황을 봐서 제의할 생각을 하고 있었고 때가 되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