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협박과 도발에 인내심 가져라

지난 22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통과됐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본회의에서 다루게 될 주요 안건과 의사일정을 논의·제출하는 7개의 주요위원회 중 하나로 사회·문화·인권 분야를 다룬다.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에 만연되어 있는 고문, 공개처형, 강제구금, 정치범수용소 운영, 탈북자에 대한 처벌, 사상·종교·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억압, 외국인에 대한 납치, 주민들의 굶주림 방치 등을 지적하며, 향후 북한 정권의 적극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절차상 다음 달 본회의 채택만을 남겨두고 있으므로 이번 결의안 통과는 향후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유엔 차원의 대응조치가 모색할 경우 그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유엔 차원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총 네 차례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이에 대해 꿈쩍도 하지 않자, 2005년부터 매년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문제가 다뤄졌다. 이 과정에서 유엔 북한인권특사가 임명되기도 했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두 번씩이나 북한정권의 전향적 조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들었다.

올해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우리정부가 EU, 일본과 함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국민적 자존심을 세웠다. 그동안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국제 인권단체들에서는 ‘어째서 한국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등을 돌리냐’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북한인권문제를 도외시하면서 북한문제에 대한 국제공조를 운운했던 과거 정부의 태도가 국제외교무대에서 웃음거리로 취급받기도 했다. 민족의 절반이 겪고 있는 끔찍한 현실을 뒤로하고 평양의 위정자들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에 휘둘렸던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인권 성적표는 꼴찌 중에 ‘꼴찌’였던 것이다. 때문에 우리정부가 국제무대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을 위해 당당한 태도로 임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이제야 정권교체를 실감했던 국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총체적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우리정부는 이제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외교부가 유엔 총회에서 처음으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주도했다고 해서 우리 정부의 소임을 다 했다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외교부뿐만 아니라 청와대, 총리실이하 모든 관계 부처의 ‘공무원’들은 ‘인권의 보편성’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우선한다는 철학으로 무장하고 대북정책을 구사해야한다.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우직하게 나아갈 때 국제사회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도 존중받을 수 있고, 북한을 견인할 수 있는 주도력도 발휘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에겐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 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재외 탈북자 등 남북관계에서 풀어야할 인권현안도 산적해 있다.

물론 앞으로 북한 정권이 유엔인권결의안을 핑계로 남한을 위협하고 나올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일이다. 이미 유엔 북한 대표부 박 차석대표는 “이번 결의안은 북한 체제와 사상을 강제로 변화시키려고자 하는 정치적 음모의 산물로,강력하게 거부한다”며 반발했다. 내일부터 노동신문을 비롯한 온간 북한 선전매체들이 대남비방공세를 몇 곱으로 강화할 것도 뻔히 예상되는 일이다. 북한의 대남압박 로드맵으로 추진되고 있는 개성공단 폐쇄 협박도 구체활 될 것이며, 군사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무력도발이 이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흥정이나 타협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향후 예상되는 북한 정권의 협박과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끈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인권문제는 인권의 보편성을 원칙으로 지키며 밀고 나가야지 정치 논리에 따라 말을 바꿀수록 더욱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2006년 당시 북한의 핵실험과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도전을 이유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행태를 똑똑히 기억한다. 따지고 보면 ‘보편적 인권’을 정략적으로 ‘악용’한 사례로 이만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건 말건, 북한이 남북교류에 나서건 말건, 인권문제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똑똑이 각인 시켜야 한다.

우리 정부가 북한문제에 대한 국제공조에서 주동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북한인권에 대한 비타협적인 태도는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미국의 오바마 신정부의 부통령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만은 민주당내 최고 강경파로 꼽히는 조셉 바이든 상원의원이다. 국무장관 기용설이 나돌고 있는 힐러리 클런턴 상원의원도 마찬가지다. 일본 역시 현재까지 납치자 문제를 겪고 있는 ‘인권 피해 당사국’이다. 미국과 중국에 밀려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 주동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재 조건을 고려할 때, 북한인권에 대한 우리정부의 원칙과 소신은 대북문제에 대한 국제공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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