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위폐대응 강도 높이나

정부가 위폐 등 북한의 불법활동과 관련, 국제사회의 의혹을 해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에서 북한의 위폐문제가 불거지자 ‘사실관계 확인후 국제규범에 따른 처리’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그 후 ‘심각한 우려’로 그 수위를 높인 정부가 무슨 까닭으로 외견상 대응 강도를 더 높였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9일 “그동안 정부는 북한이 연관된 불법활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을 밝혀왔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불법활동 의혹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국자의 이 언급은 관련 기관간의 조율을 거쳐 나온 표현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언급이 주목을 끄는 것은 북한의 위폐문제 등의 불법활동 논란을 촉발시킨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공식적인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행동을 먼저 촉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아직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가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심증’을 굳히고 있는 듯한 암시가 담겨 있다.

사실 국내 정보기관은 BDA 사건 이전에도 북한의 위폐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

일단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줘 북한을 압박하는 듯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가 위폐문제가 불거진 직후인 작년 12월 제주도에서 열린 17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위폐문제 등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고, 그 이후의 남북간 채널을 통해서도 북한이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서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는 점에서 당국자의 이날 언급이 전보다 크게 강화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시각으로 볼 때는 8일 이태식(李泰植) 주미 대사가 워싱턴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의 행사에서 했던 연설의 위폐 관련 발언과 비교해 볼 때는 오히려 그 수위가 낮아진 감도 느껴진다.

오히려 “북한의 불법활동은 용납될 수 없다”, “북한은 불법행위를 명확하고도 단호하게 등을 돌림으로써 이 문제에 손을 씻어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한국내에서 타협하려는 태도는 없다”고 밝힌 이 대사의 발언을 ‘정리’한 인상이 짙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사의 발언 가운데 자칫 북한이 오해할 만을 대목을 간추리려는 의도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위폐 등의 불법행위와 관련, 우리 정부는 6자회담은 별개여서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나 위폐 논의에 진전이 있어야 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며 북한이 연계 전략을 펴고 있는 점을 감안, 조속한 회담 재개를 위해 ‘솔로몬의 지혜’를 찾고 있다.

정부는 위폐문제를 촉발시킨 BDA 사건이 북-미-중 3국이 직접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당분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BDA사건만 해도 먼지가 가라 앉으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