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옥수수 5만t 거절’에 안절부절 말라

지난달 우리 정부는 옥수수 5만t을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북한 당국에 전달했다. 그러나 지난주 북한은 사실상 ‘안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북한 당국의 입장을 좀 더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북한 적십자회중앙위원회 위원장에게 전화 통지문을 보내려 했으나, 북한 당국은 전통문 접수마저 거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주는 옥수수 5만t은 받지 않겠다는 의사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북측이 원하는 인수 장소와 시기, 방법 등 실무적인 사항을 알려주면 옥수수 5만t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놓은 채, 북측에서 반응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물난리를 겪은 이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형편이 크게 악화됐다는 소문도 들린다. 특히, 배급의존도가 높은 탁아소나 양로원, 군수공장 등에서는 굶주림으로 인해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북한 당국은 일부 군부대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자, 전시 예비 식량으로 비축해둔 ‘2호 창고’를 풀기도 했다.

여러 정황을 볼 때, 1990년대 중반만큼은 아니어도, 식량이 부족한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북한 당국이 우리 정부의 옥수수 지원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작금의 식량 사정이 1990년대 처럼 체제를 위협할만한 극심한 수준이 아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여름철 감자 수확이 시작되고, 미국에서 50만t의 식량이 들어오면서 식량 사정도 점차 나아지는 추세다. 북한 주민의 60~70%가 이미 장마당(시장)에 의존해 알아서 먹고 살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책임 범위와 무게가 이전에 비해 훨씬 줄어든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한마디로, 현재 북한의 식량난은 남한 당국의 도움 없이도 그럭저럭 버텨낼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취해진 북한 당국의 옥수수 5만t 거절 조치는 우리 정부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시위’로 보인다. 미국의 지원 식량은 받으면서 남한의 지원을 거절하는 식으로 남한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한 당국은 이미 수차례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압박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개혁개방이니, 인권이니 하는 문제들을 들먹일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자세를 낮추고 북측에 협조하라는 정치적 압박인 셈이다.

하지만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명심해야할 것은 남북관계의 주도권이 언제나 우리에게 있다는 점이다. 남북 간의 경제적 군사적 격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벌어져 있다. 북한은 복원할 수 없는 체제위기에 들어섰고, 개혁개방 외에는 길이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절대 권력을 휘둘러 오던 김정일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남한이 조급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김정일 정권의 정치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에 냉정한 자세와 태도를 유지하면서, 물밑에서는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경제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또 다시 첫단추를 잘못 꿰면 남은 임기 5년간 김정일 정권의 의도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번 옥수수 5만t 지원 거절에 당황하거나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차분한 태도로 북한 당국의 행보를 지켜보자. 시간도 김정일 정권의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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