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 제의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대화 자체야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별 소득 없이 끝날 경우 북측이 30일부터 시작되는 이산가족 상봉에 트집을 잡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통일부에 오는 15일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 등과 관련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갖자는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밝혔다.
통신은 “금강산지구 남측 부동산 문제, 관광재개 문제와 관련한 북남 당국 간 실무회담을 15일 개성에서 가질 것을 제의하면서 관계자 3명을 내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통일부는 관계자는 “북측의 통지문을 받았다”며 “이 제의를 받을지를 포함해 어떻게 할지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산상봉 실무회담에서 북측의 관광재개 요구에 대해 우리측은 별도의 회담을 통해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고 상봉이 성사됐기 때문에 회담 자체는 수용해야 할 처지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 남북의 입장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박왕자 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선결과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북측은 지난해 8월 김정일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박씨 사건의 재발 방지와 ‘관광에 필요한 편의 및 안전보장’을 약속한 만큼 ‘3대 선결과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당국자간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관광 재개와 관련해 북한과 입장 차이가 확실해 실제 만나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천안함 문제와 관련 남북 군사회담에서 아무런 합의점도 끌어내지 못한 것도 부담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관광재개 회담에서 북측과 충돌하기 보다는 회담 날짜를 상봉 뒤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단 이산상봉은 성사 시켜 놓고 보자는 것이다.
한편 26∼27일에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