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황병서·최룡해 직접 제재…김정은 최측근 정조준

정부가 북한 황병서와 최룡해, 김원홍, 김기남 등 정권 핵심 인사들과 노동당, 국무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0일(현지시간)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추가 독자제재에 나선 것이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2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발표한 독자제재안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북한 정권의 주요 자금원 확보에 기여하는 단체 35개과 개인 36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제재 대상에는 북한 수뇌부 역할을 하는 조선노동당은 물론, 실제 김정은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개별 인물들까지 포함돼 북한 당국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인 석탄 수출과 노동자 해외송출에 관여하는 북한 기관 및 단체를 제재 대상에 최초로 포함시켰다. 해당 기관들의 거래가 북한 WMD 능력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환기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북한 WMD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자금원 차단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북한 공군사령부 소속으로 노동자 해외 송출, 현금 운반 및 금수물자 운송에 관여하고 있는 고려항공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항공운송 분야 제재를 한층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 개인 및 단체 이외에도 유엔 제재대상에 포함된 북한 조선광선은행의 불법 금융활동을 지원한 중국 단둥 훙샹실업발전공사 및 관계자 4명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다.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의 불법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해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과 단체들은 우리 국민과의 외환 및 금융거래가 금지되고 국내자산도 동결된다. 이중 단체 19개와 개인 19명은 전 세계 최초로 제재 대상에 지정되는 것으로, 정부는 이번 독자제재가 여타국 및 유엔의 제재 동참을 촉진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독자제재 조치로 대북 수출입 통제를 보다 강화키로 했다. 특히 북한의 제2 외화수입원인 의류 임가공 무역을 통한 수익이 북한의 WMD 개발 재원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감안, 북한에서 임가공 된 의류가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국내 관련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계도 조치를 시행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류 수입 관련 협회 및 단체를 대상으로 북한 임가공 제품을 중국산으로 속여 국내로 수입하는 경우, 원산지 표시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을 지속 상기시킬 계획이다.

정부는 또 북한산 물품이 제3국을 우회하여 위장반입 되는 것을 엄격히 차단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집중 관리대상품목을 기존 농수산물 22개에서 유엔 제재대상 광물 11개(석탄, 철, 철광석, 금, 티타늄광, 바나듐광, 희토류, 은, 동, 아연, 니켈)를 추가하여 총33개 품목으로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 증강을 저지하기 위해 잠수함 분야에서 북한 맞춤형 감시대상품목(watch-list)도 작성·발표하고 국제사회와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 해운 활동 차단 조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최근 1년 이내에 북한을 기항한 적 있는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을 전면 불허키로 했다. 기존 ‘국내 입항금지 180일 조건’을 두 배로 확대하는 셈이다. 선박은 통상 6개월 이상의 운송계약으로 운영되는 만큼, 우리나라에 취항하려는 외국 선사들이 북한과의 운송계약을 더욱 기피할 것이란 게 우리 정부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과 관련한 출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취지로,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제3국인의 국내 입국을 금지한다. 현재 정부는 대만인 4명과 싱가포르인 1명, 중국인 4명 등 총 9명의 제3국인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정부는 또 국내 거주 외국인 중 국내 대학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핵·미사일 분야 전문가가 방북을 통해 우리 국익에 위해가 되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될 시, 해당 전문가의 국내 재입국을 금지할 방침이다.

독자제재안을 발표한 이 국무조정실장은 “그동안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전방위적 대북 제재·압박을 취해 나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면서 “앞으론 북한 인권문제를 공론화하고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유입을 확대하는 등 북한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독자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이로 인한 북한 내 인권 침해 및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북한 지도부에게 명확히 묻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데일리NK에 “황병서나 최룡해 등 북한 권력 핵심부를 제재하겠다는 건 상당히 의미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한 책임과 그에 대한 제재 초점을 북한 지도부에게 맞춰가고 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를 제재하다보면 남북관계나 대화가 위축될 수도 있지만, 대화 상대 자체는 황병서나 최룡해가 아니더라도 북한 내부에 남북 대화를 담당하는 부처 및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정부는 이번 독자제재를 통해 북한에 핵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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