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화폐살포 대응 `좌고우면’

민간 단체의 북한 화폐 살포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대북단체 회원 10여명은 1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북한돈 5천원권 지폐 30장과 대북전단 2만장을 대형 풍선 2개에 실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통일부는 앞서 15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화폐를 무단으로 반입하는 것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인 만큼 해당 단체들이 북한화폐를 무단 반입, 전단에 동봉하여 살포할 경우 법질서 확립차원에서 관련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단체들의 북한 화폐와 전단살포는 강행됐지만 정작 통일부의 대응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현인택 장관은 이날 단체들이 북한화폐와 전단을 살포한 뒤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 과정에서 “유관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고 통일부 당국자도 “오늘 당장 수사의뢰 등 조치를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처럼 ‘물에 물 탄듯’한 정부의 대응은 전단 살포 행위를 지지하는 쪽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라는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전단과 북한돈 살포 행위 자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돈 무단 반입과 같은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단속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북한돈 살포에 따른 남북관계 악화 가능성을 놓고 통일부의 인식과 타 부처의 인식간에 일부 온도차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전단 살포에 대해 찬반 양론이 존재하는 만큼 정부의 입장이 난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남북관계가 군사적 충돌을 우려할 상황에까지 처한 이 시기에 화폐 및 전단 살포 행사를 강행한 민간 단체들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법질서 확립’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우유부단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통일부는 민간 단체의 북한돈 살포 계획이 알려진 뒤인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민간단체가 통일부 장관의 승인없이 북한 화폐를 반입한 뒤 전단지에 동봉해 북에 살포하는 것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명시된 처벌규정까지 소개했다.

지난해 민간 단체들이 전단과 외국화폐를 살포할 때는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법규가 없어 자제 요청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북한돈 무단반입이라는 불법행위가 존재하는 만큼 법에 따라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통일부는 단체측이 지난 2일 살포 계획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정부의 승인없이 반입한 북한돈 5천원권 100장을 보여준 뒤로도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또 단체측이 ‘16일 전단 살포 방침’을 재확인한 15일에도 통일부는 위법 행위(북한돈 무단반입)가 이미 있었고 살포 행위 자체는 처벌할 법이 없음에도 불구, “살포할 경우 ‘법질서 확립 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다소 모순된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는 이어 민간 단체들이 16일 실제로 북한돈을 전단와 함께 살포한 뒤에도 “유관부처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원칙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