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행동 주시하며 고민 거듭

북핵 6자회담 `2.13합의’의 초기조치가 시한인 지난 14일까지 이행되지 못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밖으로는 북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안으로는 2.13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가 취하기로 했던 조치들을 점검하며 18일 시작되는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전략을 짜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2.13합의의 초기조치가 시한 내에 취해지지 못했지만 아직 합의의 틀을 흔드는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방코델타아시아(BDA)가 주말 휴점을 끝내고 문을 여는 16일의 마카오 현지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예측할 수 있는 북한의 최우선 행동으로는 BDA 내 북한 자금 인출을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예단하긴 어렵지만 하루 이틀 더 지켜보면 북한이 행동에 들어가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자금 인출과 동시에, 아니면 시차를 두고 영변 5MW 원자로의 가동중단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의 초청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유 5만t 계약 해지에 무게 = 이렇듯 북한의 행동에 한반도 정세가 연동된 상황이 이어지면서 IAEA 요원 초청 등 북한의 초기조치에 따른 상응조치로 동시 이행하려던 중유 5만t 제공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북한의 초기조치 이전에는 유조선이 출항할 수 없는 만큼 지난달 7일 GS칼텍스와 맺은 중유 5만t 제공 계약을 연장할지, 아니면 해지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25일부터 유조선 3척이 여천항에 대기 중이지만 중유 생산, 선적, 수송, 하역 등에 드는 기간이 열흘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계약 기간인 오는 20일까지 이행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답변에서 “15일까지 초기조치 이행과 중유 제공에 대한 가닥이 잡히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 밖에 없고 그럴 경우 손실 추정액은 36억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하루 이틀 더 지켜보자는 기류도 있지만 정부는 일단 해약 후 상황이 진전될 경우 재계약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쌀 차관 놓고 고민 거듭 = 남북관계에서는 지난 달 초 끝난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 당시부터 관심사가 됐던 제13차 경협위가 고민거리다.

사흘 앞으로 경협위가 다가왔지만 2.13합의 초기조치는 이행되지 않았고 경협위가 열린다면 북측이 앞서 장관급회담에서 제기한대로 쌀 차관 40만t 에 합의하자고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은 더 모호해진 양상이다.

앞서 이재정 장관은 6일 “2.13 합의의 큰 틀이 유지되고 있으니 쌀 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경협위에서 협정을 맺기 때문에 쌀을 지원한다, 하지 않는다고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 내에서는 지난 5일 통일부 측이 경협위에서 쌀은 예정대로 줄 것이라고 밝힌 뒤 외교부 쪽에선 “2.13합의가 이행되는 상황을 본 뒤 쌀 지원 결정을 한다는 것이 정부 의견”이라고 말해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 바 있다.

이런 부처간 이견이 경협위를 앞두고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통일부 쪽에서는 이번 경협위에서 우리측이 쌀 차관 합의를 거부할 경우 남북간 열차시험운행도 논의되기 힘들어지는 등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게 포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춰 북한이 금주 내에 초기조치 행동에 들어갈 경우 21일 끝나는 경협위가 힘을 받을 수 있지만 BDA협상 성과를 둘러싼 북한의 저울질이 당분간 계속될 경우 남북관계도 난관에 봉착할 공산이 커 보인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