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인권결의안 기권예상 반발 확산

정부가 EU주도로 11월 초 유엔총회에 상정될 예정인 대북 인권결의안에 기존의 기권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당과 시민단체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기권 입장을 공식 결정할 경우 강정구 교수 파문에 이어 새로운 ‘북한인권’ 대치국면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 정부 입장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EU에서 통보해온 결의안은 최종문안이 아닌 초안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한국정부 입장을 EU나 관련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결의안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를 통과하면 11월 둘째 주에나 총회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정부 내에서 기존 입장의 변화 조짐은 없다고 전했다.

◆ 한나라당 반발 기류 확산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정부의 기권방침에 대한 일간지 기사를 읽고 28일 오전 당직자회의에서 “(북한과 함께) 한국정부도 인권무시국가로 도매급에 넘어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강정구 교수의 인권옹호에 나서는 정부가 북한인권은 무관심과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중적 인권기준을 성토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없어 구체적인 대응 조치는 준비되지 않았다”면서도 “31일 사회분야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의원총회 결의를 통해 본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촉구 결의안’을 상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북한인권단체 “두고보지 않겠다”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은 정부 당국자의 기권방침에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희윤 피랍인권연대 사무총장은 “EU가 주도하는 대북인권결의안이 UN총회에 상정되는 것은 그만큼 전 세계가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면서 “국제사회에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찬성 표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월 서울 북한인권대회 준비위원회도 정부가 결의안 ‘찬성’입장을 표명하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전문가 진단

박근 전 유엔대사는 “한국이 유엔총회에서도 결의안에 기권할 경우 한국의 도덕성을 국제사회가 비웃게 될 것”이라면서 “민주주의를 꽃피운 한국이 전쟁의 위험이 아닌 남북관계 특수성을 들어 기권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납득하겠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사는 “인권은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있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이자, 내정불간섭에 우선하는 것”이라면서 “UN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회피하는 국가에게 누가 사무총장이라는 리더십을 부여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정부가 인권문제는 체제존립 문제와는 별개라고 (북한을)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피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며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보수세력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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