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인권개선조치 촉구 배경과 전망

정부가 3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세션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인권 개선을 위한 조치를 촉구함에 따라 그 배경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의 이번 대북 인권 발언은 북측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넘어 인권개선을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 달라진 대북정책 구현 = 한국 대표로 참석한 박인국 외교부 다자외교실장은 기조연설에서 “한국 정부는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의 중요성에 입각해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북한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call upon)”고 밝혔다.

이번 발언 수위가 2006년과 2007년 인권 이사회에서의 그것과 다른 점은 북한에 모종의 인권 개선 조치를 직접적 표현으로 촉구했다는 점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표현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6년 반기문 당시 외교장관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한편 북한이 인권문제와 관련,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올해와 같은 ‘촉구’란 표현이 들어가긴 했지만 이는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입북을 허용하지 않는 데 대한 완곡한 문제제기 차원으로 해석됐었다.

또 2007년 당시 조중표 외교차관은 북한 인권에 대한 원론적 우려를 표명하면서 정부가 북한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밝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 ‘비난’ 보다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북한 인권에 기여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정부가 기조연설을 통해 밝힌 입장은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전 공약이 적극 반영된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북한인권에 대해 피해가지 않겠다’는 뜻을 누차 표명했고 당선인 시절인 지난 달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전략이 아닌 인류 보편적가치 차원에서 거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만큼 이번 기조발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에서 다소 소극적이었던 전 정부와 다른 길을 걸을 것임을 보여줬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 = 북한 인권에 대한 정부의 달라진 ‘목소리’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리고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등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한은 그간 서방이 자국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데 대해 체제를 흔들려는 기도이자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또 유럽연합 등 주도로 상정된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가 채택될 때면 매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북이 핵실험을 단행한 2006년 한국의 찬성 속에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됐을 때 북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에 또 하나의 장애를 조성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초래될 모든 엄중한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정부의 이번 기조발언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반발감을 표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출범을 즈음해 남북관계 곳곳에서 소소한 파열음들이 잇따르고 있는 흐름 속에서 이번 발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북한이 한.미 간의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한 점,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남측 민간지원단체의 금강산.개성지역 방문을 중단한 점, 북한이 월드컵축구 예선 남북대결과 관련, ‘몽니’를 부리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인식이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인권 문제 제기가 남한 새 정부에 대한 북한의 입장 및 대응 기조 확립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남한 새 정부에 대한 공식적 입장표명을 자제해온 북한이 향후 있을 대북 인도적 지원의 추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한.미.일 3각 공조’의 구체화 여부 등을 지켜본 뒤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서는 한미동맹 강화 또는 한.미.일 3각 공조의 방향성 등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때 남한 정부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 놓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새 정부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을 여기저기서 비치고 있지만 적어도 쌀.비료 지원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구체화하고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올때 까지는 지켜본 후 단계적으로 대응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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