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의도 탐색-상황관리 주력

북한이 남북관계 차단 움직임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북한은 13일 전날 예고한 대로 남북 당국간 소통채널인 판문점 적십자 직통 전화선을 끊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명맥을 유지해오던 당국간 대화 채널을 끊음으로써 자신들의 강경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러자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제공을 보류해온 군(軍) 통신 자재.장비를 북한에 주기로 하고, 관련 협의를 제안하는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애초부터 정부는 남북간 통행자 명단 통보 등에 필요한 군 통신선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키 위해 광케이블과 통신연락사무소 건설 자재.장비 등을 북에 제공하기로 하고 지난 5월부터 팩스 등 일부 장비를 제공했다.

그러나 `금강산 사건’ 이후 대북 물자제공을 전면 보류함에 따라 광 케이블과 건설 자재.장비 등 핵심 장비들을 주지 않고 있었다.

북한이 지난 달 27일 남북군사실무접촉에서 제공을 요청한 후에도 즉각 제공하지 않고 검토작업을 계속하다 북한이 남북 육로통행 제한.차단을 예고한 다음 날에야 제공 입장을 밝힌 것이다.

통일부는 이것이 북한의 `압박’과 무관하며, 예정된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의 강경 조치로 긴장지수가 올라간 남북관계를 관리하려는 측면이 강해보인다.

또 북한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 통신 관련 자재와 장비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현재 대치 국면을 돌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선의를 받아 들일 경우 통신 자재.장비 제공은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의 제안을 거부하고 추가 압박으로 나아가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상은 엇갈리고 있다. 북한도 대남 관계 악화가 자신들에게 이로울 것이 없는 만큼 우리 정부가 보낸 `신호’에 호응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현재 군부가 대남 정책의 일선에 나선 상황, 미국 새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남북관계 정상화에 우선시하는 듯한 최근 행보 등으로 미뤄 북한이 강경기조를 되돌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히려 북한은 내년 1월 출범할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우선 순위를 점하려는 목표 아래 6자회담 및 대남 관계에서 적당한 수위의 긴장감을 조성하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향후 어떤 대응기조를 유지할 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선 정부가 6.15, 10.4 선언을 전면 이행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전격적으로 대북 정책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이 압박 수위를 높이더라도 원칙을 지키며 때를 기다리는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미국과 함께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는 공조를 펼치면서 호혜적 사안들을 중심으로 남북관계의 상황을 관리하는 후속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북측이 문제삼는 민간의 대북 삐라 살포를 강하게 자제시키는 것이나 탁아소.소각장, 출퇴근 도로 건설 등의 개성공단 활성화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