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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좌파다, 하지만 북한인권문제는 좌우 이념을 떠나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1992년 ‘남로당 사건 이후 최대의 공안사건’으로 불리며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총책 황인오(49세)씨가 진보진영이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황씨는 북한 노동당 서열 22위의 거물 간첩 이선실에게 포섭돼 노동당에 가입, 북한에 들어가 ‘밀봉교육’을 받고 내려와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을 결성한 혐의로 구속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98년 사면, 석방됐다.
석방된 후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황씨는 2004년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고등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지하당의 총책에서 이제는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과거에 북한정권을 추종했다는 ‘부채의식’ 때문에 황씨의 진보진영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황씨는 연세대학교를 다니면서 탈북 대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들과 허물없이 지내면서 아픔과 현실을 깨닫게 됐고 그런 계기로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난 11월 유엔총회에 제출된 북한인권결의안에 관한 TV 시사토론에서 진보진영측 패널들의 발언을 보고 황씨는 7년만에 입을 열었다. “진보진영은 북한인권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일리NK의 인터뷰 요청에 황씨는 “북한인권문제는 진보건, 보수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인터뷰를 통해 진보진영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높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통일의 시급한 과제는 북한 민주화”
–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을 결성하는 등 소위 ‘주사파’였는데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92년 중부지역당 사건 이후 ‘도덕적 부채감’을 갖고 살아 왔다. 북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일종의 ‘추종’을 했다는 것에 대한 부채를 갖고 있었다. 이후 나는 민족의 통일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 통일에 있어서 시급한 과제는 북한민주화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003년 연세대를 다니면서 탈북 대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당시 북한민주화에 있어서 북한인권문제 해결은 핵심적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2000년 9월 정부가 63명의 장기수를 북송하면서 납북자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우영씨의 헌신적인 활동을 보면서 진보건 보수건 북한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 소위 ‘진보진영’에서 북한인권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일단 보수 진영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북한인권문제를 다뤄서는 안 된다. 진보진영 또한 보수진영이 북한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에만 치중해 있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북한인권문제에 있어서는 동기가 무엇이건 간에 ‘인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하며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보진영은 통일이 되면 북한인민들이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 북한에 대한 낡은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에 진보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 중에는 “북한인권에 침묵하는 진보단체들의 모습이 실망스럽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공개석상에서 이야기를 못하고 있지만 내부에서 비판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프리덤하우스> 비난, 옳지 않다”
– 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소극적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북한이 민주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면 우리는 ‘난민 폭탄’으로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 민주적 변화의 조짐이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남한 정부는 손놓고 바라만 보고 있으면 안된다.
예컨대 과거 서독의 아데나워 정부는 동독에 물자지원을 하는 대신에 정치범을 받아들였다.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납북자 문제를 비롯해 북한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한편, 정부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기존 정부의 모습은 대안적인 모습이 아니다. 북한인권이 시급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단계별로 북한에 제기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유럽연합이 제출한 대북인권결의안을 이번에는 기권했는데, 북한인권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음에는 기권을 하지 않겠다고 정부는 북한 측에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더불어 북한인권문제 해결에 다양한 접근과 고민을 정부가 해야 한다.
– 최근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리는 등 국제사회에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적인 관심과 문제제기는 북한인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인권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나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 북한정권의 향배에 관련된 미국의 이해와 우리의 이해가 다르다. 그러나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해야 한다.
– 진보진영에서는 ‘북한인권국제대회’가 미국 <프리덤하우스>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순수하지 못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유럽연합이 유엔총회에 대북인권결의안을 제출한 데 대해 진보진영은 프랑스 인권문제는 거론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인권을 이야기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과거 70~80년대 농민, 노동자 운동진영은 해외의 지원을 많이 받았고 열악한 환경속에서 외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미국의 <프리덤하우스>같은 경우는 70년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 세력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지금에 와서 <프리덤하우스>를 불순하다거나 반북세력이다라고 칭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탈북자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야만 우리 민족의 미래가 밝다.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민간단체가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향후 성공적 통일을 하는데 있어서 탈북자 문제 해결이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탈북자들을 돕기 위한 <새터민자립지원센터>를 구상하고 있고 내년 4월쯤에 오픈할 예정이다. 탈북자 정착지원 활동과 북한민주화운동에 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