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억류 美 웜비어 석방에 “우리 국민 석방 위해 최선”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13일 석방돼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는 “북한에 억류돼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도 석방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인 웜비어가 석방됐다는 보도 내용을 봤다. 석방이 잘 된 것은 아주 잘 된 일”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우리 측은 북한에 억류돼 있는 국민의 석방을 위해 작년과 재작년에 있었던 회담에서도 여러 번 북측에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서 가족들의 편지를 전달하고자 두 차례 시도했고, 유럽연합(EU)과 북한과의 접촉 시에도 노력을 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서 북측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게 이 대변인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북한에는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북한은 2013년 10월 밀입북 혐의로 체포한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에 대해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뒤 지금까지 억류 중이다. 또한 선교사 김국기(2014년 10월 억류), 최춘길(2014년 12월 억류) 씨도 아직까지 억류된 상태다.

한편 지난해 뉴욕채널까지 차단할 정도로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됐던 바 있어, 웜비어 씨의 석방과 관련해 북미 간 접촉이 재개됐다는 데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웜비어 씨의 석방에는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2일 방북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7월 미국이 김정은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린 데 반발하면서 뉴욕채널 차단을 공식화 한 바 있다. 따라서 윤 특별대표의 이번 방북과 그에 앞서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측 외무성 관계자들과 접촉한 일련의 일들이 북미 간 대화 재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최근에 있었던 접촉이 웜비어 씨의 석방을 위한 조치였을 뿐, 북미 당국 간 대화 재개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윤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단지 웜비어의 석방을 끌어낼 수 있었다”면서 “(북미 간) 대화가 어떤 모습이 될지를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특히 웜비어 씨가 북한에 억류된 이후 1년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도 되레 북미 관계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고,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일각에선 웜비어 씨가 노동교화형 이후 억류 기간 중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렸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됐을 당시 지속적인 구타를 당했다는 정보 보고서를 미 고위 관리들이 입수했고, 웜비어가 구타로 사망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때문에 웜비어 씨의 석방을 둘러싸고 이뤄진 북미 간 접촉은 당국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가늠하는 용도였다기 보다는, 미국 측에서 자국민의 조속한 귀국을 위해 내린 결과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웜비어 씨를 계속 억류해 두는 데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이덕행 대변인은 웜비어 씨의 석방 계기로 부각된 북미 간 접촉 재개 여부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