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향후 북측과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할 경우 현금으로 지불되는 방식에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른 형태의 방안을 검토 할 수 있음을 시사해 향후 관광재개의 새로운 조건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6일 기자들을 만나 “아직 거기(현물지급)까지 (논의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이후 계속된 질문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1874호가 가동되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 “적극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지만 1874호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과 조금 걸려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당국자의 이같은 발언은 우리 정부가 관광재개 조건으로 내건 ▲故 박왕자 씨 총격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신변안전 등을 제기한 상태여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북핵문제가 공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비로 매년 3천만 달러 이상의 현금이 북한 당국에 들어가는 문제를 아무 문제없이 지나치긴 어렵다는 의지로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의 기본 생각은 금강산 관광사업은 안보리 결의 1874호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힌 뒤 대가 지불 방식의 변경 문제는 “필요하다면 남북간 관광재개 논의가 이뤄질 때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지난 8월 한미 당국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개성관광 사업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1874호 결의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1차적인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정부의 판단은 북한이 금강산·개성관광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가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민간기업이 지난 정권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라는 점과 전용 문제를 입증할만한 구체적 물증을 포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더욱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25일 담화에서 관광 대가의 현물지급 방식에 대해 “세계 그 어디에 관광객들이 관광료를 물건작으로 지불하면서 관광하는데가 있는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만일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관광재개의 조건으로 제기한다고 할지라도 북한의 태도를 감안할 때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또 이 문제가 남북간 또 다른 논쟁의 불씨가 될 수 있어 남북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의제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현대 측을 통해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당국에 제의할 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고위 당국자는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실무급 회담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북한에서 당국간 회담 제의를 정식으로 해오면 잘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김정일의 재발방지에 대한 구두 메시지가 전달됐고 북한이 현대 측을 통해 당국간 협의를 갖자고 밝혔지만 공식적인 회담 제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결국 북한의 회담 제의가 있을 경우 우리 정부는 관광재개를 위한 3대 조건, 특히 신변안전 문제에 대해 명확한 조건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3월 개성공단에 137일간 유성진 씨를 억류하면서 우리 정부의 접견권과 변호권 요구를 허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