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개성공단 남북접촉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사업과 관련한 기존 계약 재검토를 제안해 옴에 따라 당분간 이를 남북대화의 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통보해 온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현실화와 토지사용료 유예기간 단축 등이 추가 실무협상을 필요로 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분석한 후 향후 남북접촉을 준비키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북측이 협상을 제안한 것과 관련 “현대아산 및 공단 입주기업과의 의견수렴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제안한) 내용을 보면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며 “대화의 모멘텀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에서 원칙은 확고히 지킬 것이며, 눈치보고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면서도 “강경일변도가 능사는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아, 정부가 당분간 남북대화 유지에 힘을 쏟을 것임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원칙을 갖고 대화에 나설 경우, 지난 정부가 ‘퍼주기 대북정책’이라며 비난 받았던 점을 뛰어 넘어 새로운 남북관계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과 대화를 기회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북한이 실제 대화에 나서든 나서지 않든,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가 그동안 북한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한차례도 나눠 본 경험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간 대화 단절은 현 정부 대북정책의 아킬레스건과 같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당국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계기임에는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통보한 개성공단 문제는 1~2차례 단기간 만나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가 원칙을 갖고 유지하면서 실무자간 대화가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정부의 이러한 기대와 달리 북한이 과연 남한 당국을 협상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당국간 회담’ 형식을 기피했던 지난 21일 남북접촉은 불과 22분에 끝났고, 북측은 우리 측이 준비한 ‘개성공단 안정적 발전’ 등의 5개항 통지문 조차도 수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북측이 요구한 개성공단 임금인상 및 토지 사용료 문제는 우리 정부 당국을 철저히 배제한 채 현대아산이나 토지공사와의 직접 대화를 시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낙관론은 이르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어쨌든 정부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를 당분간 유보하며 북한의 반응을 좀 더 기다리기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협적”이라고 말해 정부의 PSI 전면 참여 입장 발표가 장기간 유보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PSI 전면참여와 관련된) 정부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발표 시점은 정부에 맡겨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주말까지 하느냐, 무기한 연기하느냐 말하는 것은 아직 적절치 않다”며 “PSI 전면참여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당장은 북측 통보의 진의가 뭔지 분석하고 대응방향을 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