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 원칙고수 기류’ 배경과 전망

“`대북정책 변화를 기치로 내건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건 한번 해봐야 할 것 아니냐’ `힘들더라도 원칙을 지키자’는 기류가 강하다.”

한 정부 소식통은 3일 대북정책과 관련한 청와대의 최근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이 소식통의 말은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 전면 차단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원칙불변’을 고수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달 11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직후 `대북사업의 재조정’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천명했다. 비핵화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이 정부 대북정책의 기본인 만큼 테러지원국 해제와 북한의 불능화 재개 등을 진전으로 간주,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잠가뒀던 몇 가지 대북 사업들의 빗장을 조금이나마 풀어보려 했던 것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통일부는 고(故) 박왕자씨 피살사건 재발방지 등에 대한 당국간 대화를 통해 관광을 재개하고 군 통신 관련 자재.장비 제공,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 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려 했다.

그러나 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된 지 5일 후인 지난달 16일 북한이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남북관계 전면 차단 가능성을 언급하고 매체를 통한 대남 비방의 빈도를 높이면서 이런 `유화기류’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특히 청와대를 중심으로 `북한이 우리와 대화할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과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북한의 불능화 재개를 의미있는 비핵화 진전으로 볼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통일부는 `대북사업 재조정’을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정부 인사 중 대북 유화적 발언을 상대적으로 많이 했던 김하중 통일장관도 지난달 22일 강연에서 북한을 향해 `원칙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과 `대통령 비방 중지’를 강조했다.

결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류는 북한이 강성 발언으로 대남 압박을 하고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줄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우리가 먼저 적극적인 관계개선 행보에 나서거나, 구체적인 대화 제의를 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정리된다.

정부 소식통은 “식량지원도 올해 북한의 작황이 나쁘지 않았던 만큼 지원요청을 해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기류가 강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북한이 우리가 요구한 당국간 대화 제의에 호응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 정부 핵심의 기류”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남북이 연내에 관계 정상화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시간 4일 미국 대선과 차기 6자회담을 통해 조성될 한반도 정세의 변화가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낼 가능성과 오는 18일 금강산 관광 10주년을 앞두고 관광 재개를 위한 현대아산과 북한 당국간의 노력 등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 돌파구가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게 대체적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대남 압박을 해오는 동시에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다른 경로를 통해 보내고 있는 만큼 북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와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달 27일 자신들 요구로 진행된 군사실무접촉에서 삐라 문제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통신관련 자재.장비 제공 요구를 비중있게 거론한 것은 대남 압박의 이면에 남북관계를 풀어가고 싶은 간절한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안국포럼 출신 의원 12명과 가진 만찬에서 `우리가 북에 밀린다는 지적이 있지만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와 상황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도 북의 강경 대남 기류의 이면에 여러 `다른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배 박사는 “북한은 압박 강화를 통해 정부 정책의 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남북관계를 풀고자 하는 희망을 여러 경로를 통해 보이고 있다고 본다”며 “북한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고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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